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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40] 사랑가득 우리동네 '미장원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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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40] 사랑가득 우리동네 '미장원 언니'
  • 공지애
  • 승인 2009.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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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순(오류동 우성미용실)
 1977년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은 변명순(70, 온수동) 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2남 1녀를 혼자 건사했다. 또한 시어머니 병수발을 하며 맏며느리 역할도 척척 해냈다. 그리고 당시 큰 아이가 중1, 막내가 5살이던 그 때부터 아이들의 삶의 지표를 몸소 보여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아들이 사춘기 때 집에서는 한참 말썽을 부리다가도, 학교에 가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담임선생님께 들었어요. 제가 하는 봉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영등포소방서 부녀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며 이미용 봉사는 물론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돌봤다. 학교에 불우이웃을 돕고 남은 쌀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려 지역의 독거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가하면, 의용소방대원들과 생방송 아침 프로그램에 방청객으로 참여해 받은 출연료를 모아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영등포시장,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다녀 봐도 여자 혼자 할 수 있는 직업은 미용실뿐이더라고요." 그리고 이왕이면 실력 있는 미용전문가가 되자는 마음에 일본에 건너가 미용학교에서 강사자격증을 따오기도 했다.

 오류동에 터를 잡은 지 30년이 훌쩍 넘은 변명순 씨는 지난 10년 동안 1400여 명의 신부에게 신부화장을 해 주었다. 현재는 오류초등학교 정문앞에서 '우성미용실'을 운영중이다. 2년 전부터 '미용실' 규모를 줄여 혼자 운영하고 있는데 오랜 단골들이 "절대 그만두면 안 된다"며 올 때마다 신신당부를 한다고.

 변명순 씨도 이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과의 정 때문에라도 미용실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휴무일에는 어김없이 지역 경로당을 다니며 이미용봉사(구로구 단정이 봉사단 소속)를 한다.

 다니다보면 경로당에도 따돌림 당하는 어르신도 있다. 변명순 씨에게 머리를 자르고 싶어 줄을 섰다가도 다른 어르신에게 밀려 저만치 떨어져 있을 때면 일부러 더 크게 그 어르신을 부른다. "할머니, 일루와! 머리 잘라줄게"하면서 살갑게 대해 주다보면 그 어르신 마음이 위로받는 걸 느낀다.

 점심엔 동네 어려운 어르신을 불러 하루가 멀다 하고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요즘은 병들고 버려진 유기견과 고양이를 한 마리씩 입양하다보니 벌써 일곱 마리가 됐다. 이제는 이웃들도 길 잃은 개를 발견하면 "미장원 언니"를 먼저 부른다.

 "바람이 있다면 그저 건강하게 살면서 봉사하다 시골에서 버려진 강아지들 거두며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도 좋을 나이에 이웃을 돕고, 봉사활동을 펼치며 사는데다 그것이 즐거움이라 느껴서인지 변명순 씨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 이 기사는 2009년 8월 3일자 31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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