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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된 놀이터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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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된 놀이터 철거
  • 송지현
  • 승인 2009.05.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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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문화예술행사 놀이터공간 어디에?"
▲ 놀이터가 사라진 지 9개월을 맞은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옆 놀이터 자리. 아직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 구로아트밸리 옆 놀이터 철거 후 9개월 지금은···.


 구로아트밸리예술극장 옆 구로근린공원(구로5동 소재) 내 어린이놀이터가 사라진 지 9개월째.

 놀이기구까지 설치됐다 2주 만에 갑자기 사라진 어린이놀이터를 두고 당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대해 구청 담당과에서는 '아트밸리예술극장과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있는 주변 경관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철거 이유로 들었고 '거리공원과 연계하고 인근 초등학교에 놀이터를 설치하도록 추진하겠다'면서 부모들을 설득했다.

 또 당시 구의원과 구청 담당자를 만난 한 주민은 어린이놀이터가 사라진 공간에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야외전시공간을 마련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본지 267호. 2008. 9.8 일자 참조>

 그러나 '~하겠다' '검토 중'이라는 계획은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실화는 커녕 놀이터 철거 후 공간을 이용하거나 운영 계획이 있다는 소식조차 없자, 이용 주민들사이에서 다시 불만의 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5월이라 더 아쉬운 놀이터

 5살짜리 딸을 둔 장경란(35, 구로2동) 씨는 "어차피 분수 등이 있어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곳에 놀이터가 있다면 금상첨화"라며 "작년에 예쁜 놀이터가 생겼을 때 아이나 부모나 모두 좋아했던 기억이 새롭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어른들이야 주변 산책로를 걸으면 되지만 공원을 자주 찾는 활동적인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현재 이렇게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태는 문제가 있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손녀와 함께 놀러나온 최순임(64, 구로2동) 씨도 "구로2동엔 놀이터도 없어서 구로리공원이나 여기로 올 수밖에 없는데, 이곳은 아이들이 놀기에 너무 심심하다"며 텅 빈 공간이 아쉽다고 전했다.

 분수 옆 벤치에서 7살된 딸과 놀고 있던 김은란(36, 구로5동) 씨는 "놀이터가 사라졌을 당시 너무나 화가 나 서명에 참여했다"고 말하더니 "뭔가 보이지 않는 윗분들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여전하다"며 되살아나는 기억에 분노했다.

 또 "아이들이 시끄러워서, 몰려들까봐 놀이터를 없앴다는 얘길를 들었다"면서 "주민들의 만족과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사건"이었다고 회상한 김 씨는 현재 상황에 대해 "너무나 답답하지만, 힘없는 주민들이 어디다 하소연해야할지 몰라서 가만있는 것"이라며 "정치가 뭔지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궁색한 변명으로 남은 약속들

 철거 당시 주민들이 항의에 나섰을 때 구청 측이 내놓았던 대안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뻔한 거짓말'이 돼버렸다. '아트밸리'답게 문화예술과 관련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궁지에 몰린 상황을 벗어나려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공간에서 전시나, 어린이 문화체험, 퍼포먼스 등 문화예술 행사가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없고, 벤치 7개가 놓여 오가는 사람들의 휴식처로만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놀이터를 요구하는 부모들에게 내걸었던 인근 초등학교 놀이터 설치건도 최소한 올해 안에는 물건너간 상황이다. 당시 신구로초등학교에 학교공원화 사업을 통해 놀이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신구로초등학교가 올해 학교공원화 사업을 신청하지 않음으로써 이것도 역시 '노력'으로 만족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소리가 바이올린의 그것보다, 아이들이 오르는 놀이대가 분수옆 '아이러브구로' 조형물보다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 이 기사는 2009년 5월 18일자 30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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