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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0]구로에서 눈 뜬 여성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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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0]구로에서 눈 뜬 여성의 의미는...
  • 송지현
  • 승인 2009.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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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_70] 강은희 씨(38, 구로3동)
 광명 처자였던 강은희 씨는 1994년 구로청년회 회원이 되면서 구로와 첫 인연을 맺었다. 내친 김에 1998년, 구로4동에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구로사람이 됐다. 지금은 11살, 4살짜리 두 아들까지 네 식구가 구로3동에서 아웅다웅 살고 있다.

 강 씨는 주부 대상 생활문화강좌 프로그램인 '아줌마 날자'를 기획, 추진해온 구로여성회를 만들 정도로 실천력과 당당함을 겸비한 똑부러지는 아줌마다.

 그가 구로에서 여성 모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첫 아이를 낳으면서부터. 주부와 여성으로서 정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가 동네 친한 아줌마, 여성들과 작당(?)해 여성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때가 2003년. 내리 4년을 구로여성회 활동에 매달려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내가 여성이라는 것을 자각했던 순간이죠."

 그동안 여성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말인가.

 "여성회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아가던 그 시간들, 여자로서 느낀 사회적 불편함, 성차별, 성폭력이 하나씩 마음에 박히기 시작한 시간이었고 어느 순간 눈이 확 떠지는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신체적 여성을 넘어 '사회적 여성'으로 태어났고 막연하게 마음이 불편했던 경험들이 나 혼자만 겪은 것이 아니고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많은 여자들이 보편적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특히 이런 생각들을 같이 모임에서 만난 아줌마들과 소통하고 공감했을 때의 기분은 '짜릿' 그 자체였다.

 "부부싸움도 많이 했죠. 특히 육아문제를 놓고 다툼이 잦았어요. 육아가 엄마만의 문제가 아닌데 남편들은 방치하기 쉽거든요."

 처음엔 칼로 무 베듯 가정 내 성역할만 나누려고 하면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차츰 가정 문제가 사회적 제도, 관습, 교육이 잘못된 데서 비롯됐음을 인식하게 된 것도 나름의 발전. 이 발전적 모습이 폭넓은 사회적 관계와 현상에 대해 공부하게 된 단서가 되기도 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강 씨는 요즘 1년째 '휴가' 중이다. 여성회 사업에서 한걸음 물러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새정부 출범 이래 여러 뉴스를 접하면서 그냥 이렇게 계속 휴가를 즐겨야 할지, 이전처럼 세상 속으로 달려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지역신문도 안위와 열정 사이에 갈등이 있겠지만, 구로타임즈 신문은 정확한 사실과 객관성 있는 기사 원칙을 꼭 지켜주는 열정 넘치는 신문으로 남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주민의 편에서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는 신문이라는 것만으로 구로타임즈가 구로에서 장수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나요?"라며 지역에 이런 신문 하나쯤은 있는 게 구로주민의 자부심이라고 덧붙였다.

 동장군을 헤치고 만난 독자의 격려에 갑자기 날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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