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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구로주공아파트경로당 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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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구로주공아파트경로당 노인회
  • 공지애
  • 승인 2008.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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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피우다보면 어느새 이팔청춘
구로주공아파트 내에 위치한 경로당은 연일 회원들의 발걸음에 하루도 문 걸어둘 일이 없다. 60평이 살포 넘는 경로당에 ‘ㄱ’자 구조로 가장 먼저 남자회원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 회원들은 삼삼오오 둘러 앉아 바둑을 두거나 장기를 둔다. 옆방은 식당과 미니 헬스장. 몇 가지 헬스기구를 갖추어 놓은 이 공간에서는 체력을 다진다.

그리고 여자회원공간으로 이어진다. 이곳엔 밀린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편안한 소파와 스트레스 제로를 위한 노래방기기가 준비돼 있다. 선거 시엔 주민 투표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살아온 이야기와 일상을 함께 나누고 맞장구 쳐 줄 또래가 있고, 편히 쉬고, 놀고, 풀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있으니 회원들이 자주 찾을 수밖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로당은 늘 시끌벅적하다. 그러니 권병창 회장(79)을 비롯해 부회장과 총무 등 임원들도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

1986년 11월 26일 문을 연 구로주공경로당의 현재 총 회원 45명. 월요일과 금요일은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매달 월례회식과 임원회를 개최한다. 한 끼 2만원 예산으로 20~30명의 식사 준비를 하는데 그래도 된장국·나물·고기반찬이 오른다니 놀랄 일이다.

해마다 온천이나 바다 산 등 야유회를 다녀오고 연말에는 정기총회를 열어 차기 임원 선출을한다. 명절엔 윷놀이 한마당이 벌어져 기분 좋게 연휴를 즐기고 연말연시에 선물을 나누기도 한다.

경로당 안에는 “술·담배 금지”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구로주공경로당의 규칙이자 철칙이다. 초창기에 규칙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집기나 물품도 부족하던 시절, 권병창 회장이 꼼꼼나라 정확대왕답게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 체계도 빨리 잡혔고 쾌적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사랑받아 타 지역에서 노인정 운영을 배우러 오기도 한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노인정 운영 장부와 자료, 가지런히 걸린 표창장 임명장 등 액자, 활동사진 만 보더라도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부회장 류옥희(80)씨는 “처음에 할머니들이 돈내기 화투를 하면서 얼굴 붉히는 일이 있었어요. 좋은 방법을 생각하다가 500원짜리 동전을 10원짜리로 바꿔와 그 동전으로 실컷 게임한 뒤에 다시 놓고 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정이 잘 되려면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고문 문위승(83)씨가 덧붙인다. 주민에게 존경받는 노인이 되고 싶어 단지 내 청소년 선도와 교통지도, 월 2회 청소도 실시한다.

이렇게 회원들 간의 화목을 도모하고 솔선수범하는 임원들이 있으니 웃을 일도 많다. 이점례씨(76)는 “서로 아껴주고 형님 아우로 웃으며 지내다보니 젊어진다.”며 껄껄 웃는다.

얼마나 재미나게 지내는 지 보여주기라도 하듯 할머니 회원들은 입을 모아 “소양강처녀”를 불러 제친다. 노래하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은 아직도 꿈 많은 이팔청춘 소녀와 소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회원 권병창 김선균 박용자 이상직 박해진 최형집 김용극 문위승 고정태 최옥열 신현균 권남주 하임술 이분예 박만금 김태선 조금분 유옥순 심성례 김영희 박종무 김귀선 김여비 류옥희 이정순 문정남 이희식 이명례 송창례 김영자 임정근 오옥근 김복덕 강문순 임청자 김순남 전순덕 조연호 최행강 이점례 박귀림 장의순 이종림 조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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