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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전통의 항골산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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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 전통의 항골산신제
  • 김윤영
  • 승인 200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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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80여명 모여 평안 기원축제 가져
지난 19일 오후 4시 구로구 항동에서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서울에서는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잔치를 열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 이러한 마을주민들의 결속력은 350여년을 이어 지금껏 주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항골산신제를 지내왔기 때문. 이 전통의 끈이 주민을 하나로 모아주고 있다.

항골산신제의 계승자로 유일한 생존자이자 항동의 지킴이로 불리고 있는 김영봉 할아버지. 김 할아버지는 항골산신제에 얽힌 항동의 재미난 얘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낸다.

3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항동은 김해김씨 찬판공파 집성촌이었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의 9대조 할아버지가 문과 승지벼슬을 하시면서 항동 땅을 하사받아 정착하게 됐고 이후 이씨, 안씨, 박씨가 모여들었고 50호 정도가 모여 마을을 형성해 살아왔던 것. 지금도 김해김씨의 후손들이 김 할아버지의 손자까지 11대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옛날에는 잡인 출입을 못하게 하려고 15일 전부터 제주 집에는 인줄을 쳐놓고 통제구역이 돼서 정성으로 모셨다고 한다. 제주는 아침에 목욕재계하고 물 떠다놓고 두 내외가 절을 올리고, 해가 넘어가기 전에 저녁을 다 만들어 놓았단다. 밥 지을 때 연기가 올라오면 산신이 노한다고해서 점심 먹고 바로 저녁들을 다 해놓고 기다렸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어릴적 기억 속에 산신제를 회상하며 “옛날엔 돼지 잡고 떡도 절구에 빻아서 시루에 찌고 했다. 마을사람들이 일심이 돼서 깨끗하게 추도했었다”고 말했다.

절차는 간소화됐지만 마을 주민이 단합해서 산에 오르고 주민과 마을 평안을 위해서 비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이번 산신제에도 80여명 정도로 항동에서 공장하는 사람, 세입자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했다.

“조상이 있으니까 후손도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조상을 위하면 해로운 게 없다고 그거 잊어버리지 말라고 묘도 하는 거고 손자 손녀 데리고 설명도 하는 것이다”며 김 할아버지는 전통 계승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항골산신제 외에 주민의 결속력을 하나로 다지기 위해 척사대회(윷놀이를 한자어로는 '척사(擲柶)'라고 함)도 매년 지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항동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 “이곳에 공동주택이나 아파트를 세우려는 움직임들이 있는데 그런 것보다 항동 특색을 살려서 이곳 집성촌을 보존해서 전원주택화하고 아래쪽 논이 있는 곳에 체육시설이나 공원이 되면 좋을 텐데”라고 바람을 전했다. 또 자꾸 산신제를 함께할 젊은 층이 없다는 아쉬움도 함께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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