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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4빗물펌프장 근무하는 김승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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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4빗물펌프장 근무하는 김승구씨
  • 송희정
  • 승인 200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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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 굵으면 한밤중 벌떡”
구로3동 구로4빗물펌프장에 근무하는 김승구(48)씨는 빗방울 듣는 소리와 전화벨소리에 아주 민감하다.

빗줄기가 굵어졌다거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면 한밤중에도 벌떡 일어나 근무지로 복귀해야 한다. 비가 억수처럼 내릴 때 구로3동 디지털단지 주변에 고인 물을 인공적으로 도림천에 퍼내는 게 그의 주된 임무이다. 천재(天災)가 인재(人災)로 바뀔 수 있는 촉각을 다투는 시각, 그 때를 놓치면 안 되기에 김씨네 4식구는 구로4빗물펌프장 3층 관서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절 잠 깨우느라 아내도 반 직원이 다 됐어요. 비오는 밤이면 빗방울 듣는 소리에, 혹시 울릴 줄 모르는 비상 전화벨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같이 뜬 눈으로 지샐 때가 많아요. 이젠 가족들도 적응이 다 돼서 힘들어하는 내색이 없어요.”

구로구에서 기능직공무원으로 일한 지 20여년. 이곳 구로4빗물펌프장은 지난 2004년 8월 준공 때부터 근무했으니 햇수로 2년째다. 동료 1명과 단 둘이서 이곳의 묵직한 기계장치들을 관리·운영하는 그는 스스로 이 일을 천직이라 말한다.

“장마철이면 늘 긴장하죠. 도림천 수위가 11.5m까지 이르면 역류를 막기 위해 곧바로 도림천쪽 수문을 닫고 모터펌프를 작동시켜 물을 빼내야 하거든요. 비상 상황이 종결되고 구청에서 ‘이제 쉬어도 된다’는 전화가 오면 그 순간이 가장 보람돼요.”

그의 손을 통해 움직이는 기계장치는 보통이 아니다. 3300볼트의 힘이 들어가는 375마력의 모터펌프 3대와 180마력의 모터펌프 1대가 그의 손에서 조종된다. 지금껏 4대를 한꺼번에 가동할 만큼의 위급상황은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시간당 90m의 폭우가 쏟아졌을 때 2대까지 가동해본 게 최대라고.

“이곳에서 4대 모두 풀가동하는 일은 생기지 말아야죠. 그저 올 장마철, 별 사고 없이 무사히 넘기게 해달라고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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