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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선 혼자 아프지 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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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선 혼자 아프지 마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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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 앞둔 소녀가장 홀로 죽음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 새내기의 꿈을 키우던 한 소녀가장이 오랜 지병으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아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 10일 저녁 7시 50분쯤 구로구 궁동사무소 인근 D빌라 지하 단칸방에서 서강대 국제언어학부 입학을 앞둔 소녀가장 문모(19)양이 숨져 있는 것을 오빠 문모(23)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 보건-복지 통합시스템 구축 절실
3년 전부터 소아 당뇨병을 앓아온 문양은 하루 4차례 스스로 혈당 주사를 놓아야하는 모진 투병생활 속에서도 학업에 매진해 지난해 9월 4년 전액 장학생 자격으로 대학에 수시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식을 불과 보름 앞두고서 자신이 손수 싸놓은 이삿짐 옆에서 숨을 거두었다.

문양의 아버지는 5년 전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정신지체 1급 장애로 어릴 때부터 외갓집에 머물러 왔다. 또 3년 전에는 남매를 돌봐주시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데다 하나 있는 오빠(23)마저 직장을 얻어 집을 나가면서 별다른 도움의 손길 없이 홀로 병마와 싸워왔다. 문양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급여 1종에 매달 50여만 원의 지원금과 후원금 등으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른 사람이 침입한 흔적이 없고 문양이 평소 소아당뇨병을 앓아 왔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서강대 인근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이삿짐을 싸다가 극심한 피로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양은 지난 12일 시립장묘사업장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됐다.

문양이 사는 D빌라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주민(50,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 집 코앞에서 벌어진 일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어린 것이 혼자 아팠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구로구 관내의 기초생활수급자는 3619세대 6072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장애 및 질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는 가사도우미와 가정도우미 그리고 보건소의 가정방문치료 등 다양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보건과 복지 업무가 분리돼 있어 그동안 지역사회 안에서는 소외계층의 일괄 관리를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이 절실히 요구돼 왔다.
<송희정 기자>
shj@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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