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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채로 넘는 편견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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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채로 넘는 편견의 벽
  • 구로타임즈
  • 승인 2004.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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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덩덩 쿵따쿵 덩덩 쿵따쿵" 지난 20일 오후4시 구로4동 주민자치센터 다목적실. 올망졸망 비슷비슷하게 생긴 꼬맹이들이 제 덩치보다 큰 장구를 앞에 놓고서 연신 채를 놀리고 있다. 날카롭게 때론 나긋나긋하게 춤추는 장구 장단은 30평 남짓 좁은 연습실 한 켠에 진동으로 어우러진 '소리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여느 사물놀이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락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유난히 무디고 느린 장단과 이와는 달리 힘 있고 빠른 장단이 서로 묘하게 들어맞아 질서정연한 가락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과 이들의 비장애인 친구들이 함께 울려대는 공명인 것이다.

이곳에서 장애우와 일반아동이 함께 풍물을 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초. 구로구장애우협의회 소속 엄마들의 바램을 받아들인 구로4동 주민자치센터가 특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애우와 함께 하는 사물놀이' 강좌를 개설한 이후부터다.





-장애우 비장애아동 22명의 ‘예쁜놀이터’

-호응 높아 반 증설...6월 작은공연 예정







프로그램을 진행한지는 겨우 두 달 남짓. 하지만 1기 회원모집 때부터 정원이 초과 돼 지난 2월부터는 한 개 반을 더 증설해 운영했을 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은 남달랐다. 그리고 주민들의 이러한 관심은 장애우를 둔 가정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현재 이곳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22명의 초등학생 가운에 10명은 비장애 아동들이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벼랑 끝 같은 사회에서 장애우와 비장애 아동들이 서로 부대끼며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는'놀이터'를 지역주민들이 함께 가꿔가고 있는 것이다.

혜진(초교3)이와 인혁(초교2) 남매를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는 박인숙(여·37·구로4)씨는 "내 아이가 나와 좀 다르게 보이는 친구들에게 심한 행동을 한다면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바르게 성장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장애친구들과 재미나게 어울리는 아이를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만족감은 장애우를 둔 엄마들도 다르지 않다. 매주 금요일 프로그램이 있는 날마다 몸이 불편한 아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처음엔 장구채도 제대로 잡지 못했는데 요즘은 장단도 곧잘 맞추고 어깨도 들썩이는 등 청각과 몸놀림이 예전과 다르다"며 "아이가 치는 장구 소리를 들으면 덩달아 흥이 나고 기쁜 마음에 젖는다"고 전했다.

이곳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과 엄마들은 작지만 고운 희망 하나를 갖고 있다. 장애우와 그 친구들이 함께 꾸미는 풍물 연주회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고 있는 오유미(여·36·온수동) 강사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익히는 풍물은 기교가 아닌 흥을 통해 함께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놀이"라며 "오는 6월경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서로 자연스럽게 동화돼 예쁘게 노는 모습을 작은 무대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구로타임즈 misssong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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