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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슈 기고]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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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슈 기고]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 송영덕 위원장 (신도림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
  • 승인 2016.10.2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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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님, 저는 서부간선 지하도로 신도림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송영덕 입니다. 서부간선 지하도로에 대형 환기구가 두 개 생긴다는 것, 자동차 5만대의 매연과 각종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환기구 지름이 무려 11m라는 사실을 알고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서울시는 절차에 따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주민이 전혀 모르는 채 어떻게 이런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생계유지에 바쁜 소시민들이 지난 8월부터 직접 이 공사가 주민들에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1천 페이지가 넘는 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하고 외국의 사례와 논문, 각종 자료를 검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송영덕 신도림환기구 주민비상대책위원장

첫 번째는 환경기준치를 간신히 충족하기만 하면 효율 20~40 %짜리 매연저감장치를 설치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서울시 행정관료와 건설회사의 생각이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서부간선 지하도로가 생기면 현재보다 인근 지역의 공기질이 40% 이상 나빠집니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미세먼지가 증가할 때마다 영·유아 및 어린이 천식환자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도 서울시와 건설회사는 비용절감만을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시가 대심도 터널의 환기구가 아직 유해가스배출시설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입법 미비점을 악용했다는 점입니다. 학교 200미터 이내에는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습니다. 신도림환기구는 신도림고등학교 울타리로부터 135m 위치입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실수인지 의도된 조작인지 신도림고등학교와의 거리를 229m라고 표기했습니다. 터널 환기구시설에 대한 법이 없으면 입법 후에 대심도 터널 공사를 추진하시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서울시가 감사원 보고서 결과를 무시했다는 사실입니다. 2015년 4월에 나온 감사원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계획처럼 서부간선지상도로의 폭을 줄이고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설치하여 일반도로화 하면 유료지하도를 이용하는 차량은 2배가 늘어나겠지만 지상도로와 주변도로의 도로기능은 현재보다 더 마비되고 교통편익이 6102억원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서울시는 서부간선도로 상습정체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상습정체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입니까?
 
비대위가 결성되자 서울시는 서부간선 지하도로 공사는 계속 진행시키면서 환기구 공사만 일시 중단시키고 그동안 환경영향평가서 공람, 현장시장실 운영 등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절차만 밟은 것이라는 점은 시민단체 경험이 풍부하신 시장님께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이번 환기구 문제는 정치와 행정의 기본원칙이 무너진 대표적인 불통행정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정치인들의 지역발전이라는 공약에 묻혀 사업이 내포한 본질적 문제점이 가려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울시는 사업의 청사진뿐만 아니라 우려되는 점까지도 공개하고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며, 대안을 제시했어야 마땅합니다.
 
지금 서울시민들은 대형 매연 환기구에 분노하다가 이제는 대심도 터널의 안전 문제와 대형 환기구와 공기정화시설에 대한 입법적 미비점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발표되고 있는 시청-세종대로 지하도시, 영동대로 지하도시 계획 자체에 의문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어제 서울시민청을 앞을 지나다가 큰 귀가 그려진 서울시의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서부간선 지하도로 공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귀를 더 많이 열어주십시오.
 
박원순 시정의 대표 키워드인 협치(協治)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이제 와서 반대하느냐?'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동안 묻혀 있었던 대심도 터널 사업의 문제점이 이제 드러난 것이라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신다면 서부간선 지하도로 문제를 직접 챙겨주세요.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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