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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20 ]아침부터 죽을 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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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20 ]아침부터 죽을 쑤었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6.04.05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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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먹고 살기 바쁘다. 아니 바쁜 정도가 아니고 아예 먹고 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쏘다니는 걸 아버지가 보셨다면 분명 또 "지발 쫌 성태숙씨.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이렇게 한 소리를 하실 게 틀림없다.
 

파랑새를 운영하는 일은 안간힘을 내야 하는 일이다. 행여 한 치라도 잘못이 있을까 이 일, 저 일 챙기기도 바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손길도 늘 부족하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늘 고민스럽기에 때로는 아무 짓도 하지 말고 남들처럼 나도 내 센터에만 집중하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스럽다. 굳이 내가 이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내가 그럴 필요가 없는 일 그것들이 바로 시민으로 챙겨야 하는 일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런 일들은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의 충돌로 늘 고민스럽게 한다.
 

한 치도 어긋남이 없게 정산과 마무리를 해야 할 월말을 코앞에 두고, 게다가 다른 일정까지 겹친 가운데 구로타임즈 에서 주최하는 국회의원 입후보자 정책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를 하라는 시민으로서 해야 할 몫의 요청이 들어왔다.
 

패널로 해야 할 일은 지역 안건 한 가지와 교육연대의 이름으로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 의견 한 가지를 묻고 후보자들의 답변을 듣고 오는 것이다.
 

후보자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실은 나도 바빠서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자리였다. 시민의 일도 늘 잘 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겨운 결정을 하고 나갔는데 아침부터 있었던 구로구(을)의 총선후보초청 정책토론회장은 썰렁했다. 구로구(을)보다 낫기는 했지만 구로구(갑) 지역의 토론회에도 찬 물을 끼얹은 것은 기호1번들의 불참 선언 때문이었다.
 

딱 시민의 일, 모두의 일이 어그러질 때 나오는 모양새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구로구(을)은 완전히 "어 너도 안 해? 그럼 나도 안 해" 뭐 그런 식이었던 거다. 그나마 기호 5번의 후보자가 참여를 해서 망정이지 그조차 나오지 않았다면 토론회는 아예 무산이 되었을 것이다. 구로1동에서 살고 있는 청년이라는데, 후보자이기 전에 동네 젊은이인데 참 젊은 사람 앞에서 부끄럽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이 모든 와중에 새롭게 발견한 것은 구로타임즈 김경숙 대표의 놀라운 의지력이었다. 나는 벌써 아침부터 죽을 쑤고 앉았네 어쩌네 궁시렁거리기 바쁜데 김경숙 대표는 지난 시절 구로 지역의 유권자들의 요구를 잘 전달하고 후보자들의 공약이 유권자들의 마음과 만날 수 있는 이런 토론의 장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런 자세가 감탄스럽기도 하고, 그 동안 그런 자리를 함께 지켜주지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하고, 모처럼 나도 마음을 내었는데 한 분만 빼고 썰렁하게 비어있는 자리가 무색하고 무안한 복잡한 마음으로 아침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본디 선거란 모든 밑바닥 욕망들이 들끓는 장이니 이해가 가는 일이긴 하지만 영 입맛은 쓰다. 그 시간에 후보자들이 그냥 집 안방에서 놀고 있지는 않았을 터이니 구로구(을) 선거구의 기호 5번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들과 갑 지역의 기호 1번은 무시해도 될 사람과 무시하면 안 될 사람을 철저히 계산해서 우리를 무시한 건지도 모른다는 속 좁은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원래 무시 당하는데 이골이 난지 오래인데 새삼스레 왜 이러냐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그래 나 같은 유권자보다는 다른데 더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이 있었나보지, 나도 함께 무시해버리자 '쓰담쓰담'이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도 한 표, 그 사람도 한 표일 텐데 어디 두 표 가진 사람 있냐 하고 마음은 자꾸 또 부아를 낸다.
 

아무리 그래도 개인적인 부탁을 하러 나온 그런 자리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모두가 지역을 위해 애써달라 부탁도 하고, 투표권이 없는 지역 아이들을 위해 이런 점은 꼭 마음을 써주십사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러 나온 공적 자리였는데. 왜? 왜? 왜? 아침부터 죽을 쑤게 만드느냐 말이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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