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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영화 '내부자들'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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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영화 '내부자들'과 총선
  • 윤장렬 (독일 베를린대 언론학박사과정)
  • 승인 2016.03.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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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2015)'은 한국 사회를 조명하고 있다. 대통령 유력 후보자와 재벌 회장 그리고 정치 깡패와 신문사 논설 주간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뇌물과 청탁으로 얽히고설켜있다. 이를, 족보도 배경(빽)도 없는 젊은 검사 한 명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스토리가 골자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 가운데 필자 눈에 띄는 사람은 주인공 검사가 아닌 신문사 논설 주간이다. 왜냐하면, 모든 음모와 계략이 그로 인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언론인의 언행이 전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영화는 잘 묘사하고 있다.

현실 정치와 사회는 어떠한가? 4.13 총선으로 떠들썩한 시기이다. 멀리 해외에서 이를 바라보는 필자에게 총선은 또 다른 영화 한편을 연상케 한다.

■ 먼저, 3월 2일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은 한국의 패거리 정치 집단이 자신들의 관습적인 정치문화를 드러내고 있는 사례이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와 여야 정치인들은 지역의 역사성은 외면한 체,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 선점을 위해 늑장을 부려왔다. 결국, 지역구 의석은 7석이 늘어난 253석, 그리고 비례대표 의석은 46석으로 결정됐다. 오직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의석 다툼이었으나, 어느 정당도 결과에 대한 만족은 찾아 볼 수 없다.

절차와 결과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정당과 정치인들은 여전히 유아독존이다. 선거에서 국민들은 철저히 배제되는 순간이다. 자신의 선거구가 사라져 멘붕에 빠진 후보자들은 분개했다. 지금까지 공들였던 자신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이들의 언행에도 역시 국민(지역민)은 없다.

■ 두 번째로 나타나는 촌극은 후보자들의 공천 분쟁이다. 정당 간의 공천 경쟁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모두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당을 대표할 주자들의 선정은 선거의 승패는 물론 향후 정당 조직을 위한 운영자 선발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잘 나가는 종편 패널들을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종편에서 이미 색깔과 모양을 확인한 선수들에게 국회로의 입성을 후원하는 모습이었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이 더 이상 신선함을 담보할 수 없지만 종편채널의 패널들, 그것도 막말과 종북몰이로 방송가에서 논란이 많은 이들에게, 김무성 대표는 '애국심 높은 젊은 전문가 그룹'이라고 호평을 했다.

국민들의 시선을 전혀 무시한, 새누리당의 당당함은 당리당략에만 올인하는 저돌적인 행보이다. 또, 초선도 아닌 중진 의원들의 내부 공천 심사는 더욱더 가관이다. 친박과 비박, 그리고 친박 가운데 다시 진박(진정한 친박)을 가려내는 새누리당의 공천 사투는, 유행어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한마당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공천에 목숨을 걸고 있는 예비 후보자들에게 정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위엄적 존재이다. 이에 공천을 빌미로, 조직을 강화하는 모습이 지극히 순치(馴致)적이다.

■ 세 번째로 3월 2일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비극 중의 비극이다. 새누리당 의원 156명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국무총리 산하에 대 테러센터를 설치하고 국가정보원에 정보 수집권과 추적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도대체, 국민의 안녕을 위해 어떤 관련 법안이 요구되는 것일까? 이미 우리 사회의 소수집단은 국가보안법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테러방지법을 제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통제, 규제, 제어, 관리, 지배 등 용도와 목적이 동일한 법률들은 다다익선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집권 여당의 용맹함(?)을 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동 법안에 대해 9일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고군분투했던 정부 야당의 정치인들도 관망해야 한다. 왜냐하면, 테러방지법은 부정하고 있지만 국가보안법은 이들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네 번째로 또 하나의 극명한 비극은 위에 기술했던 정부 여당의 안하무인, 유아독존의 정치 관습이 야당 정치인들, 즉 더민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모두가 매한가지라는 사실이다. 이는 선거구 획정은 물론 공천 분쟁 그리고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행보에서 자신들만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테러방지법에 필요성을 제안했던 역사는 정치 집단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은 허청 기둥이 측간 기둥을 흉보고 있다.

위와 같은 트래지코미디가 계속되는 지금, 언론은 4.13 총선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중앙지에서는 연일 정당 간의 공천 과정을 보도하며, 드러나는 탈락자들과 후보 확정자들의 스토리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은 명실상부, 여야의 합의로 마무리된 합리적 결과물로 선거가 끝나면 자연히 소멸될 이슈이다. 테러방지법안은 이미 논외의 것이 되었고, 새로운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제 정당 간의 후보자들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지역 유세가 시작될 것이다. 이제까지 외면됐던 지역과 지역민들이 잠시 잠깐 저들의 공연에 등장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은 투표를 강요할 것이다. 선거라는 제도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도록 신문과 방송은 선전할 것이다. 한 번도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또는 결사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귀띔도 없던 언론이 투표의 권리를 강요할 것이다.

거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전후에 드러나는 코미디를 비판할 수 있는 국민(지역민)들의 정치 참여이다. 선거에서 그리고 정치에서 배제된 지역과 지역민들의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젊은 검사와 같은 내부자는 영화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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