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인한 노약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구로구가 올해부터 대폭 확대 운영하고 있는 '무더위 쉼터'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쉼터의 수는 지난해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지만(77개소→250개소), 이들 중 74%(185개소)를 차지하고 있는 경로당 무더위 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9일 오후 4시께.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지역 내 한 경로당에 모여 앉은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다.
구는 무더위 쉼터가 실내온도 26~28℃를 유지하며 운영된다고 밝혔지만 경로당 안의 체감온도는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외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에어컨은 있었지만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 선풍기 3대만이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대해 경로당에 있던 어르신들은 "덥기는 하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서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경우, 쉼터 운영시간(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동안 할아버지방과 할머니방의 에어컨을 가동하게 되면 한 달에 30만 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쉼터가 운영되는 오는 9월까지의 지원금은 월 5만 원. 결국 무더위 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로당 회원들의 금전적 부담이 필요하다.
한 어르신은 "지난 6월에 노인회(대한노인회구로구지회)에서 '올해는 각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니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때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더위가 찾아와도 작년과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로구청 관계자는 "구도 이런(전기요금 지원) 부분에 대해서 서울시에 여러 차례 건의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지원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달부터 지역 내에서는 동 주민센터 15개소, 경로당 185개소, 복지관 5개소, 지역아동센터 20개소, '동광교회(구로5동)', '가리봉교회(가리봉동)', '큰소망교회(고척2동)', '대광교회(개봉3동)' 등 교회 4개소, 새마을금고·농협·신협 등 금융기관 20개소, '가린열 북카페(개봉2동)' 등이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는 보통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동 주민센터 15개소와 '정수경로당(가리봉동)', '오리골경로당(오류2동)', '개봉2동경로당' 등 지정경로당 3개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평일·주말·공휴일), 지역아동센터 20개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