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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파랑새'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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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파랑새'로 만들고 싶다
  • 구로타임즈
  • 승인 2013.06.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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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위 캔 두 댓'을 보았다. 협동조합에 대해 백번 강의를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훨씬 낫다는 이탈리아의 논첼로 사회적 협동조합의 사례를 영화화한 작품 말이다. 구로생협에서 나누어주는 브런치 세트까지 받아가며 편하게 구로 아트밸리에서 영화를 보고나니 인생 참 살 맛 난다 싶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좀체 박수가 나오는 일은 드물다. 남몰래 눈물콧물을 빼는 일은 있어도 찬사와 감동의 박수가 나오는 일은 좀체 드문데 이 영화는 그런 드문 일이 일어났다. 영화의 내용도 좀체 생각하기 어려운 장애인 자활협동조합에 관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에서 마루 시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강박이나 편집증은 보통의 일상에서는 성가신 장애로 취급되는 일일뿐이지만, 논첼로 안에서는 멋진 작품 같은 마루를 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집중력과 인내심으로 변한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놓친 앞부분이 아쉬워진다. 영일초등학교의 방과후 돌봄교실의 학생들과 다음 주에 있을 하늘도서관 봉사활동 준비를 하느라 잠시 학교를 다녀오는 바람에 앞부분을 놓치게 되었다. 같이 본 사람들이 압권이라는 이사장 선출 장면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가 왜 이사장직에 선출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협동조합이란 우리 안에 숨어있는 작은 조각 같은 재능을 찾아내서 커다란 모자이크 작품을 함께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속에서 각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명한 몫이 있다는 것이 협동조합의 훌륭한 정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나서 고민과 갈증이 더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 시설장으로 있는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도 처음에는 지역 사람들의 노력으로 함께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이 생기면서 지금은 개인이 홀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 되어버렸다. 언젠간 파랑새를 지역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다. 지금처럼 협동조합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때는 막연하게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서 아이들이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운영주체를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하는 것이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살리는 일인 것 같아 지역사람들을 모아 법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도 해보았다. 그러다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협동조합전환은 또 어떨까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파랑새 운영위원회에서는 이런 생각을 이미 공유했다. 그러나 짧은 회의에서 중요한 내용을 다 다루기 어려우니 공부를 좀 하고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논의를 미뤘다. 파랑새를 전적으로 책임 맡으면서 그 동안 함께해왔던 지역의 여러 단체와 서먹한 사이가 되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다 풀어지지 않아 만나면 아직 어색한 사람들도 있다. 나야 저지른 일도 있고 하니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파랑새의 아이들만은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아마 앞으로 내가 파랑새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뜻을 맞추고 마음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을 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만의 파랑새가 아니라 구로 사람들의 파랑새가 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자랑스럽고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명한 생각이 든다.

그러니 동네 분들! 부탁드려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위해 파랑새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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