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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교장' 영림중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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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교장' 영림중 품으로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01.2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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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첫 평교사 출신 중등교장

지난16일 오전10시30분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대영 부교육감(교육감직무대행)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박수찬교장(사진 왼쪽)이 청렴선서를 하고 있다.
    박수찬 교장이 영림중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품으로 '드디어' 돌아왔다.


 지난해 1월과 6월 두 차례나 학부모 손으로 교장을 뽑고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유보'한 탓에 학부모와 교사, 지역사회가 한 몸으로 뭉쳐 무려 1년 동안 쉼 없이 투쟁한 결과였다.


 학교구성원들이 일명 '마음 속 교장'으로 불렀던 박수찬 교장은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서 이날 오후부터 영림중 교장실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이로써 2월 졸업을 앞둔 영림중 3학년 학생들의 졸업앨범과 졸업장에는 교장 사진과 교장 이름 석 자가 오롯이 담길 수 있게 됐다.

 

교장공모 시작 1년만인 1월 16일 영림중 부임
학부모 교사 지역 "감동·환영·행복한 학교로"


 이번 임용은 지난해 12월 29일 박 교장의 정당후원 관련 법원판결이 공직 박탈 기준(벌금 100만원이상)에 한참 못 미치는 벌금 20만원으로 선고되면서 이미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2월 영림중 일부 학부모의 민원 등이 불거지자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박 교장에 대한 임용제청을 '거부'한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정당후원 관련 검찰기소를 이유로 임용제청을 '유보' 했었다. 당시 교과부는 '1심 재판 결과 공무직 박탈의 형이 나오지 않는 한 즉시 임명제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교과부와 보수교원단체 등에 맞서 지난해 이른 봄부터 겨울까지 바람 세찬 교과부 앞에서 아스팔트 싸움을 벌여온 영림중 학운위원과 학부모, 교사들은 스스로 일군 새해 가장 큰 선물에 감동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김윤희 학부모회장은 "12월 29일 이후로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며 "학부모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해 실현된 것이기에 이 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고 전했다.


 학부모와 고락을 함께해온 교사들의 기쁨도 컸다.
 박복희 영림중 교사는 "지난 1년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준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인사들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너무나 큰 기대에 고민도 많이 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일념으로 영림중의 알찬 교육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일자로 부임해 교장직무대행을 맡아온 박진관 영림중 교감의 감회도 남달랐다. 박 교감은 "부임 전 소문으로 들었던 영림중과 실제 경험한 영림중은 너무나 달라 슬펐던 기억이 있다"며 "바깥에서 보는 편견어린 시선과는 달리 영림중은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삼위일체가 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정말 자랑스러운 학교였다"고 말했다.


 교과부에 박 교장의 임용제청을 촉구하며 영림중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 지역시민사회인사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지역사회  데뷔'  영림중교장 발령 다음날인 17일 오전 영림중 급식실에서 열린 구로구청 구로5동신년인사회에 내빈으로 참석한 박수찬교장이 지역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박수찬교장은 동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주민과 정치인, 공무원등으로부터 여러차례에 걸친 뜨거운 환영의 박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김성국 구로시민센터 대표는 "평교사 출신 교장의 탄생, 그것도 학부모 손으로 직접 뽑은 교장의 탄생은 굉장히 의미있는 변화"라며 "왜 평교사 출신의 교장이 필요하고, 왜 학부모가 직접 교장을 뽑아야하는지 그 이유를 영림중은 증명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두 차례나 제동을 걸고 나섰던 교과부에 대해 "사필귀정인데 일이 이렇게 될 것을 왜 그렇게밖에 못했느냐 따지고 싶다"며 "교육 자치를 확대해야할 정부기관이 임명교장들의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해 되레 교육 자치의 싹을 짓밟은 꼴이다"고 평했다.


 지난해 8월 구청공무원 등 549명의 서명을 받아 지역교육현안에 대해 초유의 지지성명을 발표했던 전국공무원노조 구로구지부 박동순 지부장은 "그날의 서명은 구로교육에 대한 바람과 희망, 기대를 걸고 진행한 것"이라며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우리아이들을 위한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교과부가 임용제청 '거부'에서 '유보'로 입장을 선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영림중 지하 식당에서 열린 구로구청장 구로5동 신년인사회에서 박수찬 교장을 좌중에 소개하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박 위원은 "영림중은 앞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주목받게 돼 박수찬 교장과 학부모들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것 같다"며 "영림중의 사례가 한국사회에서 교육자치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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