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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현장의 소리] 영림중의 '아름다운'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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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현장의 소리] 영림중의 '아름다운'실험
  • 이명남 영림중 생활지도부장
  • 승인 2011.10.24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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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림중은 생활지도를 하면서 적어도 이 세 가지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첫째, 부적응 학생에 대처하는 이전의 방법이 주로 징계나 처벌로 문제 행동을 막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부적응 행동을 일으킨 원인인 마음의 상처나 분노에 주목하고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관점을 가졌다. 둘째, 일제의 잔재와 유교 문화, 군사문화에서 비롯돼 이제는 반성 없이 그대로 답습하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씩의 변화를 모색했다. 셋째,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가고 자신들의 문화를 학교 문화의 한 부분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학급 자치나 학교 자치를 활성화해 학교의 주인이 되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공격적인 부적응 학생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현재 모습에서 변화하고 싶은 모습과 학교에서 학생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조화롭게 상담 목표로 정해 10회기의 상담센터 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한 인권단체 활동가를 초빙해 인권의 의미와 필요성, 존중과 배려의 의미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3학년 남학생 6명), 치유하는 글쓰기 특별교육을 마련하여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2학년 남학생 8명).


 약한 학생을 괴롭히거나 따돌림으로 부적응 행동을 보인 학생들은 구로관내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봉사를 하게 해 더불어 사는 모습을 실제 체험하게 했다(2·3학년 7명). '몸동작으로 자아 찾기' 프로그램인 <춤테라피>를 통해 분노를 해소하며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1학년 여학생 10명).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들의 경우 '용기 있는 신고'라고 하고, 생활지도부에서 철저하게 보호해 학교란 공간이 안전한 곳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학교가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자 피해학생 스스로 피해 신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괴롭힘을 주도하던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줄어들었다.


 타인을 괴롭히거나 피해를 주지 않지만 자존감이 낮아 무기력한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은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학생들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화장하는 여학생들에게는 '미술놀이를 통한 자아 찾기' 프로그램인 <Make up! Wake up!>을 통해 자기 얼굴에 맞는 화장법을 알려주고 진로와 연결해 자존감을 회복하게끔 돕고 있다(3학년 여학생 20명).


 또한 놀이연극치료 강사를 초빙해 '놀이연극으로 자아 찾기' 프로그램도 실시했다(2학년 여학생 11명).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것들에도 변화를 줬다. 생활지도부 교사와 선도부가 줄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복장과 지각을 지도하는 '교문지도' 대신 '아침맞이'로 이름을 바꾸어 편안한 등굣길이 되도록 했다. 이어서 '선도부'를 폐지하고, 학급별로 '좋은 친구'를 두어 또래상담 역할을 하게했다. 또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격려하자는 의미로 서로 약속해둔 규정(실내화 신기, 시간 맞춰오기) 가운데 하나를 택해 약속을 지킨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깜짝 이벤트도 열었다.


 우리는 우리아이들을 부적응 학생으로 구별하기에 앞서 인간과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고히 하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자기를 열어두어야 한다.


 기계는 내 생각대로 움직이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생명이 있는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그 자라는 방향으로 자라도록 도와줄 수는 있지만 어른 생각대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또한 아이들의 행동을 '좋다, 나쁘다'로 판단해 나쁜 곳만 고치려 하면 더 비뚤어질 수도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행동을 어린시절 '애정과 승인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왜곡된 형태로 충족시키려 하는 것이며, 가혹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터득한 '삶의 방법'으로 본다면 문제 해결의 다양한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본다.


 영림중이 시도한 이 모든 방법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예산도 없다. 상담을 진행할 적절한 장소도 없고 전문가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리고 아직은 학교 안의 생활지도가 반항적이고 자기 성향을 드러내려는 아이들의 행동을 틀에 맞추려는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낮은 자존감으로 의욕이 없는 조용한 부적응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당국과 행정당국은 어떤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현장교사와 끊임없이 토론을 진행해 더 늦기 전에 우리아이들을 살리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학력 신장의 숫자놀음보다는 왜 학력이 부진한지 그 원인을 살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도 내가 꿈 꾸는 것들이 실현된다면 과거의 생활지도부 역할이 변화되어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될까, 끊임 없이 고민하고 실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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