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7 11:24 (금)
'애물단지'된 학교 주민도서관
상태바
'애물단지'된 학교 주민도서관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0.07.26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근 잇따른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이후

 

 

 

  "학교에 아이 혼자 보내기가 무서워요."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기분 나빠요."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학부모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구로관내 초등학교 안에 위치한 구립주민도서관이 '개방'과 '통제'라는 이중적 딜레마에 빠졌다.

 인근 주민들의 문화욕구 해소를 위해 만든 개방시설이지만 최근 아동 대상 성범죄로 초비상이 걸린 초교 안에 위치해 있다 보니 무작정 열어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막아둘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한 것.

 구립주민도서관이 학교에 위치한 구로초(구로2동)와 개봉초(개봉3동)의 학부모들은 경찰 상시 배치와 수위실 설치, 외부 출입구 개설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관계당국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구로초등학교 정문 앞. 간이 천막을 쳐놓은 통제소에서 학교를 방문한 젊은 남성에게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주민등록증과 맞바꾼 방문증을 목에 건 남성은 멋쩍어하며 구립주민도서관 쪽으로 급히 발길을 돌렸다.

 지경수 교장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영어캠프 등 여름방학 중에도 하루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찾고 있다"며 "오죽하면 삼복더위에 천막을 쳐놓고 외부인 명단을 일일이 체크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구로초에는 배움터지킴이 1명과 구청에서 지원한 공익요원 1명, 지구대에서 지원한 아동안전지킴이 1명 등 총 3명이 학내 순찰과 외부인 통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간혹 의경 1명이 더 배치될 때도 있지만 한시적일뿐 외부 인력요청이 발생하면 바로 차출돼 가버린다. 3명의 상주인력은 근무시간이 제각각이다. 공익요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동안전지킴이는 오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반면 구립주민도서관의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로, 하루 평균 300~500명의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다행히 배움터지킴이 1명이 추가 근무를 자처하며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아동 안전을 돌보고 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도서관 방문을 핑계로 학내에 진입해 음주와 흡연을 일삼는 청소년과 주민들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이들에 대한 계도활동만으로도 진땀을 빼곤 한다. 학부모들이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로초에서 만난 한 학부모(여, 35, 구로2동)는 "최근 들어 딸아이(1학년) 혼자 학교 보내기가 불안해 화·수·목 방과후학교 때도 함께 오고, 도서관에도 함께 온다"며 "방문증은 미봉책일 뿐 구립주민도서관(4층) 바로 아래층이 학교도서관(3층)인 상황에서 화장실 혼자 보내기에도 무섭다"고 말했다.

 

마음이 꺼림칙하고 불편하기는 도서관 이용객들도 마찬가지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구로5동)은 "이곳 도서관을 자주 찾았는데 최근 사회적 분위기도 안 좋고 해서 일부러 여자 친구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다"며 "주변의 눈초리도 그렇고 왠지 잠재적 범죄자가 된 듯해 기분이 썩 좋진 못하다"고 말했다.

 개봉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개봉초는 지난 6월초 영등포구에서 발생한 일명 '김수철 사건' 이후 5개이던 출입문 가운데 1개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쇄조치했다. 또한 지난 7일에는 학교 자체적으로 강사를 불러 성폭력 예방 학부모 교육까지 실시했다. 그래도 전전긍긍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개봉초의 한 관계자는 "구립주민도서관이 학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 자체가 학교의 딜레마"라며 "할 수만 있다면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울타리로 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곳 도서관에서 만난 한 학부모(여, 36, 개봉2동)는 "딸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이면서 동시에 개봉동 주민이다 보니 아이 안전도 중요하고 주민도서관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구나 광명처럼 수위실을 부활하든지 아니면 주민도서관 출입구를 학교 밖과 연결하든지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책마련에 고심하기는 구로구청도 마찬가지다.

 구청 교육진흥과의 한 관계자는 "아동 대상 범죄 예방 차원에서 최근 공익요원 한 명을 구립도서관이 위치한 초교에 추가로 배치한 상태"라며 "학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타 지역 사례를 알아보고 교육당국과 협의하는 등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