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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76] 최흥옥씨(71.구로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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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 76] 최흥옥씨(71.구로4동)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0.07.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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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며 배우는 즐거움이란?

"1988년 올림픽게임이 있던 해였어요. 태능선수촌 입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영어로 뭐라고 말하는데 잘 들리지 않더라고요. 손짓 발짓 해가며 얘기해보니 호텔을 찾는 눈치여서 택시를 세웠어요. 이 분이 숙소를 찾고 계시니 영어하실 수 있으면 좀 잘 태워달라고요. 그랬더니 그 외국인이 고맙다며 배지를 빼서 주더라고요. 저도 달고 있던 배지를 주며 인사를 나눴죠."


 최흥옥 씨(71, 구로4동)는 말은 통하지 않아도 들으려고 애쓸 때 헤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봉사도 마찬가지. 서로 처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지만 마음을 열고 그 입장에 설 때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 도봉구에 살던 최흥옥 씨는 도봉산에 올라 청소를 하고 취사금지, 쓰레기 버리지 않기 운동을 했었다. 부녀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반공연맹 등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온 최흥옥 씨는 1990년 산부인과 수술을 받고 쉬던 중 "봉사를 계속 해야지, 쉬면 어떻게 하냐"는 지인의 권유에 구로구에 이사 온 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봉사를 시작했다. 구로4동 적십자 자원봉사를 해오며 구로구자원봉사센터에서 교육을 받아 자원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봉사단을 결성해 봉사할 곳을 연결해 주고, 둘째 넷째주 목요일엔 구로3동 노인보호소에서 청혈봉사를, 지역의 독거어르신에게 1달에 한 번 우유배달을 한다.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시장을 오가며 들여다보고, 편찮은 분은 보건소에 모셔다드리기도 한다. 자매처럼 지내는 독거어르신께는 밑반찬이 떨어지지 않게 수시로 해 나른다.

 "어르신들 살아온 삶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나는 그래도 건강하게 잘 살아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산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듯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고 궂은일도 있다, 내가 조금만 참으면 그 복을 받는다는 인생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더라고요. 가족에 대해서도 조금 더 너그러워져요."

 봉사가 사람의 성격까지 바꾸어 놓을 줄 꿈에도 생각 못하던 일이다. 문서 작성 등 업무를 위해 칠순에 컴퓨터를 배운 최흥옥 씨는 이메일을 주고받고,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사진 꾸미기도 척척이다.

 봉사는 주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최흥옥 씨는 젊은 사람들과도 세대차 없이 소통하고 조언해주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 힘이 여러 사람에게 보탬이 된다면 좋겠다. 내가 건강 하는 길은 하나라도 더 배워 나누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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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구로타임즈 359호(2010.7.19)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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