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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땅딸이가 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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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면 땅딸이가 되는 사회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2.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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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씨앗 101
 ■ 가까운 미래의 가상스토리

 205X년 남극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통일한국의 노동자들이 설날을 맞이하여 평양과 서울행 비행기로 오르고 있다. 이들을 지켜보던 외국인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평양으로 가는 노동자들의 키가 남쪽에 비해 한뺨 이상 적고 배가 나온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북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땅달이' 였다.

 남북한이 섞여 있을 때는 같은 민족이라 똑같은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남쪽 출신, 북쪽 출신이 체격으로 확연히 구분되었다.

 호기심에 한국인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통일전 북한 지역이 굶주렸을 때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어렸을 때는 못 먹어서 키가 안 크고, 성장기가 지난 다음 먹을 것이 넉넉해져 모두들 아랫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비만, 당뇨병 같은 성인병 환자가 북쪽에 더 많다" 는 이야기도 들었다.

 ■ 조금 먼 미래의 가상 스토리

 21XX년,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휴양지에서 연금으로 말년을 보내고 있는 한국 노인들이 추석을 맞이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각자의 선조들이 있는 남쪽과 북쪽을 향해 비행기를 타던 도중, 유독 북쪽으로 성묘길에 오른 노인들에게 세관을 통과하는 당뇨약, 고지혈증약, 혈압약 등 휴대용 약물의 종류가 많았다. 그리고 비행기에 오르는 노인의 수 자체도 남쪽에 비해 적었다.

 세관원이 같은 민족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성장기때 굶주렸기 때문에 자손들에게 몸에 지방을 잘 저축하고 많이 쓰지 않는 유전적 변화를 물려 주었기 때문"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질병이환율과 사망율에 있어서 남쪽과 차이가 난다"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북쪽 출신이라서 성인병에 잘 걸리고 빨리 죽는다" 는 대답을 들었다.

 ■ 2009년 지금 한국에서

 남쪽과 북쪽이라는 지역적 구분에 따라 같은 민족이면서도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처럼, 일생의 건강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영향은 당대 세대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몇 대에 걸쳐 나타나는 것도 있다.

 단지 개인차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키, 체격, 비만, 당뇨병, 수명 등의 요소들이 개인차이 이외의 또 다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단지 개인차가 아니라 소득과 계층, 계급에 따른 차이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백인지역에서 흑인지역으로 지하철 한 정거장을 옮길 때마다 수명은 줄어들고 몸무게는 늘어나는 것처럼, 강남에서 구로로 오는 지하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 끼니를 굶는 아이들에 대한 정부의 공공 예산은 사대강 삽질에 사라지고 있다.


■ 권태식 (구로한의원)




◈ 이 기사는 2009년 12월 14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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