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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구로초등학교 하늘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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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구로초등학교 하늘지킴이
  • 공지애
  • 승인 2008.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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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기로 여는 ‘행복 1교시’
“O, X. 구로초등학교에는 ‘책읽어주는 어머니’들이 있다, 없다!?”

매주 목요일 아침 등교시간, 구로초등학교(구로본동, 교장 이인철) 도서관에 20여 명의 어머니들이 모인다.

간단한 일지를 쓴 뒤 책 한 권씩 들고서 유유히 교실로 사라진다. 과연 교실에선 무슨 일이?

어머니들이 교실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제자리에 앉는다.

“오늘 학교 올 때 지각한 사람 있나요? 왜 지각했어요? ...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매일 지각을 하는 ‘지각대장 존’이라는 그림책을 읽어볼 거예요....”

간단한 작가 소개와 함께 어머니가 책을 읽어 내려가자 아이들은 숨소리도 죽이면서 점점 그림책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어머니의 낭랑한 목소리만이 온 교실을 가득 메운다.

구로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주관하는 ‘하늘지킴이’는 교내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학부모 모임이다.

이들은 5년 전부터 각반 담임선생님의 신청을 받아 매주 한 권의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읽어주고 있다.

강아지 똥, 책 읽는 두꺼비, 신통방통 도깨비, 그림형제의 그림동화집, 돼지책...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부모가 추천하는 책, 그리고 전래동화, 창작동화, 명작동화, 과학동화 등 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도서목록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산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동화책에 빠져서 읽어주면 아이들도 함께 동화돼요. 그래서 깔깔깔 같이 웃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하지요.”

양형호(40, 구로본동)어머니는 아이들과 교감한다는 것을 느낄 때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고 말한다.

라은미 학부모회장(43, 구로본동)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려고 일주일에도 몇 권의 책을 읽다보니 책 보는 안목이 생겼다.

아이들 준비시키기도 바쁜 아침시간에 서둘러 나오는 것이 힘들긴 해도 한 달 남짓한 방학이 끝나기가 무섭게 “언제 오느냐”, “빨리 책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또 다시 힘이 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선생님은 책상에 앉아 계시거나, 아이들과 같이 동화를 듣기도 하세요. 그러면 진땀이 나죠. 신경 안 쓰시는 것 같아도 마지막 수업 날 음료수를 건네면서 “수고 많으셨어요!”하고 인사해 줄 때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박순주 학부모회 부회장(40, 구로본동)도 책읽어주는 봉사는 아이들의 독서세계를 넓혀주는 한 편,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서로에게 소중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임이 주변학교에까지 소문이 나서 관심을 가지고 문의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하늘지킴이는 매년 가정의 달 즈음에 도서바자회를 연다.

학년별 신간 도서목록을 뽑아 학부모와 도서관 사서선생님, 그리고 하늘지킴이 회원들이 읽어보고 검증한 도서 100권을 준비한다.

각 출판사에 의뢰해 수익은 남기지 않고 30%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좋은 책을 알리고, 아이들에게 읽혀주자는 취지예요. 학보모님은 양서를 저렴한 가격에 안심하고 살 수 있어서 반응들이 좋아요. 단체로 사가기도 하고,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기도 하고요. 올해는 6월에 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언제 여느냐고 문의가 오고 있어요.”

양형호 어머니는 아이들이 꼬깃꼬깃한 지폐를 가져와 “이 돈에 맞는 책 골라주세요.”하고 물어오면 얼마를 더 보태줘서라도 좋은 책을 골라준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엄마 마음 아닐까요? 책 읽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지니까요.”

서두의 정답을 이야기할 차례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눈치채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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