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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로보기 ②] 구청 보도자료 그대로 줄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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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바로보기 ②] 구청 보도자료 그대로 줄줄이
  • 송희정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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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오늘신문> 기사 실태
신문사에 갓 입사한 기자에게 강조되는 덕목 가운데 하나는 ‘보도 자료를 절대 믿지 마라’이다.

어떠한 기관이든 자기 기관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어 하지, 보도 자료를 통해 치부를 드러내고 비판의 대상이 되려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관이나 업체 등에서 제시한 보도자료는 중요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 될수록 뒤집어 보고 재확인, 보완 취재하는 것 등은 기자가 지켜야할 기본덕목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당연한 일이 몇몇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넘어 신문지면의 상당부문을 기관 등에서 제공한 보도자료 일색으로 도배한다.

기관 홍보 담당자에 의해 장밋빛 수식어 등으로 치장된 보도 자료의 내용을 검증·확인 절차 없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기자의 언론윤리적 측면에서, 또 진실에 목마른 독자들의 알권리 측면에서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행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본지는 미디어 바로보기 첫 번째로 <구로오늘신문>의 일간지 등 기사 전제 및 표절 현황’분석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동일 신문의 구로구청 보도 자료 전재 등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본지의 미디어 비평이 구로관내 신문이 서로 발전하는 지름길이 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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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오늘신문>이 2006년에 발행한 318호부터 325호까지 총 8개 신문에 대한 보도자료 전제 등의 실태를 조사,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구로오늘신문>8개호에 걸쳐 지면에 게재된 총 기사꼭지 수 197개 가운데 59개(29.95%)의 기사가 각종 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를 똑같이 베끼거나 3분의 2이상 그대로 흘려 앉힌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전체 기사꼭지 197개 가운데 47개(23%)의 기사는 중앙일간지 방송사 등의 기사를 무단 전재 및 표절한 것이어서, 직접 취재작성 한 것으로 보이거나 외부기고문인 것은 나머지 91개(4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 자료 전재 등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똑같이 베껴 탑(Top)기사로 앉히기
독자의 시선이 제일 먼저 머무는 신문 1면 탑(Top)의 경우 신문의 얼굴이기 때문에 해당 호 기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사가 앉혀지기 마련이다. 통상적으로는 주민 삶과 직결된 지역 안의 중요 이슈거리나 알짜배기 정보들이 이곳에 자리하는 편이다.

<구로오늘신문> 3월 21일자 1면 탑에 게재된 ‘특별감찰반 편성 공직기강 확립 나서(한만수 기자)’기사는 구로구청이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집안 단속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내용의 구청 3월 17일자 보도자료(‘선거 대비 공직기강 다잡기 나서!’) 내용중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껴 썼다.

3월 11일자 ‘드디어 오랜 숙원사업 실현됐다(조윤주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구로구청이 3월 6일자로 배포한 보도자료(남부순환로 구로구 구간 자동차전용도로 해제!)와 똑같은 내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구로구청 문화홍보과에서 발간하는 <구로구소식>지 3월 25일자 121호 3면에도 같은 내용의 보도 자료가 실렸는데 오히려 이 글을 작성한 구청 담당자는 소속기관의 보도자료 일부분을 다듬고 마지막 문단에 주민 문의처를 첨부하는 등의 성의(?)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구로구청 홍보일색 기사 도배

<구로오늘> 2월 28일자 1면 탑에 앉혀진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감사원, 구로구 모범구로 표창 지시’ 기사는 2월 24일자 구청 보도자료 (감사원이 구로구를 모범구로 표창 지시!)내용의 3분의 2이상을 그대로 앉힌 사례다.

그 내용을 보면 감사원이 구로구청 감사를 한 뒤 평가서를 행정자치부에 전달하면서 구로구를 표창하라고 말했다는 구청 측의 자화자찬 글이다.

분석 대상에선 제외되지만 가장 최근에 발행된 3월 31일자 1면 탑에 앉혀진 ‘지방행정혁신 우수기관 선정돼 싱글벙글’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기사는 3월 24일자 구청 보도 자료 (구로구, 지방행정혁신 우수기관으로 선정!)내용을 똑같이 베낀 것인데 그 내용과 분위기는 앞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월15만부 배포하는 구청발행
-<구로구소식>과 내용 중복

구로구청 문화홍보과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3월 17일까지 모두 74건의 보도 자료(인터넷기준)를 만들어 언론사에 돌렸다. 이중에는 언론사가 뉴스가치를 판단해 추가 취재를 거쳐 기사로 보도한 내용도 있고 정보성이 떨어져 그냥 묻힌 자료도 있다.

같은 기간 내 <구로오늘신문>은 318호부터 325호까지 총 8개 신문을 통해 74건 중 무려 48건(64.86%)을 그대로 갖다 앉혔다.

구정 홍보목적으로 매달 1,7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전면칼라 8면씩 15만2000부를 발행하는 구청의 <구로구소식>과 내용이 중복되는 점을 따진다면, 한 달에 500여만 원의 계도지 예산을 지원받아 발간하는 <구로오늘신문>의 질과 효용성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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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10일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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