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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이야기 19] 장마의 계절 우리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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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이야기 19] 장마의 계절 우리산은...
  • 성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2.07.2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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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빗소리에 깨어보니 부엌바닥이 한강이다. 창문으로 빗물이 들이친 모양이다. 부랴 부랴 마른수건으로 바닥을 닦는다.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그동안 작은 부엌 창으로 빗물이 들이친 적이 없다보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그 작은 창으로 빗물이 강물처럼 들어오리라는 설마가 새벽부터 사람 잡은 것이다. 우리집 부엌 바닥은 아직도 시커멓게 빗물에 부풀어 있다. 조금만 주위에 귀 기울이고 조심을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을.


 설마가 사람 잡은 큰 사건이 작년 이맘때 있었다. 우면산 산사태다. 도심속 휴식처라고만 생각했던 우면산이 성난 화산처럼 흙을 쏟아내 사람들을 덮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집중호우라는 '천재' 탓도 하지만 '인재' 탓을 많이 했다. 등산객을 위한 산책로 개발 그로 인한 간벌과 전 해 에 휩쓸고 간 태풍 곤파스의 피해복구를 위해 파헤쳐진 공사현장이 산사태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했다. 매봉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사는 나로서는 우면산 산사태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평소에야 맑은 공기와 산책로, 편안한 풍경으로 심신을 달래주는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주거환경이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걱정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랜 세월 불어온 바람은 바위도 깍는다. 하물며 산의 흙이 바람과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모를까, 인간의 욕심에 훼손되고 변형된 것에서의 현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은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작년 우면산 산사태를 보며 배운 교훈일 것이다. 장마. 우리들의 욕심에 무리하게 파헤쳐놓은 곳은 없는지 한번 더 눈여겨 봐야 할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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