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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구촌학교 박세진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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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구촌학교 박세진교장
  • 성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2.07.17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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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알아가며 꿈을 펼치는 곳"

필리핀 출신의 4학년인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일반학교에 다니던 도중 '지구촌학교'로 전학을 왔다.
 생김새가 다르고 말투가 어수룩하다고 학급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듣기에는 말이 너무나도 빨랐다. 결국 학습부진으로 이어졌고, 학교가 무서웠다.


 지구촌학교로 전학 온 뒤 '다름'에 대한 차별이 아닌 존중을 배우면서 아이의 표정은 차츰 밝아졌다. 선생님들도 한국말이 서툰 아이들을 위해 천천히 설명을 해 준다.


 학교 가기가 즐거워진 소년은 현재 지구촌학교의 전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로구 오류2동 금강수목원 인접 도로변에는 지난해 3월 첫 신입생입학식을 갖고 출발한 지 이제 1년이 갓 넘은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국내 유일의 다문화 초등 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가 그곳이다.


 일각에서는 다문화 초등 대안학교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한국 사회와의 교류가 차단되어 한국인으로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고 더욱 고립된 삶을 살지 않을까하는 염려에서다.


 이에 대해 지구촌학교 박세진 교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과 다른 내가 의식되는 외딴섬과 같은 일반학교와 달리 제 각기 다른 아이들이 모여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 하지도 받지도 않는 채 자존감을 키울 수 있죠. 주눅 들던 자신만의 소중한 꿈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이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만이 다니는 곳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한국인 학생들도 입학을 일부 허용해 한국사회와 끈을 연결하고 있다.


 박 교장은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 상당수가 중등학업을 중도 포기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매년 되풀이되는 따돌림과 놀림, 학습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박 교장은 "초교시절 자존감 성립으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꿈을 향해 당당히 살아간다면, 이들이 바로 건강한 한국시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상대에 대한 선입견, 우월감 없이 상대를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지구촌학생들의 꿈 하나하나가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지구촌 학교의 탄생 배경 중 하나는 구로구를 중심으로 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그 자녀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들을 위한 교육시설의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지구촌학교는 접근성을 고려해 오류2동 금강수목원 인근 대로변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16개국 62명이 재학 중이고, 중국동포가정, 외국인어머니·한국인아버지 가정의 자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현재 기업 후원과 개인 소액기부를 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위해 더 많은 사회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올해 부임해온 박세진 교장은 지난 30여년간 공무원으로 법제처에 근무를 했다. 퇴임 후 대학 초빙교수시절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 김해성목사를 찾아갔다.


 차별과 억압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봉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김목사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차별적 법제도 개선에 대한 자문을 부탁하였고, 활동 중이던 지난 6월초 제2대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지구촌학교와 깊은 인연을 갖게 됐다.


 교육계 경력은 없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철학과 그 실천에 있어 박 교장이야말로 다문화 대안학교의 적임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박교장이 제안하는 '버려야할 편견 4가지'

 우리가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버려야 할 편견 4가지를 박세진 교장은 제안한다.


 첫째. 이주민들은 무지하다라는 편견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위해서 혹은 돈을 벌기 위해서 선진국의 노동자로 이주해가는 한국인들이 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노동자도 그렇다. 단지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 서툰 모습으로 편견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노동이주자 가정은 빠듯한 살림살이와 한국생활에 적응하느라 아이들 교육에 소홀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이주를 결심한 것은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해 주기 위함이 깔려 있다. 아이들을 향한 부모 마음은 같다.


 셋째.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에 깃들어 있는 편견이다. 그들보다 우월하고 한국문화에 편입 흡수시켜야만 한국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 그러나 문화는 공존하는 것이다.


 넷째. 이주민들은 사회참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지난 4·11총선 당선자 이자스민에 대한 여론이 뜨거웠다.


 박 교장은 "140만 이주민들의 권익과 삶의 개선을 위한 대변자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이주민들에 대한 막연한 우월감과 그들에 대한 무시가 작용한 것 같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 덧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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