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4 18:32 (화)
밤거리 배회하는 '우리 아이들'
상태바
밤거리 배회하는 '우리 아이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2.07.13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다. 이 때 보이는 아이들은 모두가 한 번쯤 눈길을 줄 만하다는 것이 경험이 가르친 지혜다.


 오늘 오르막길 한 쪽에 인근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 아이들이 서넛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아이들이다.


 결국 파랑새에서 붙잡지 못한 그 아이의 친구들이라던 중학교 1학년 남자 아이들이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동네에서 따로 얼굴을 마주치며 아는 척을 하기도 한 아이들이다. 오늘은 낯선 아이 한 명이 굳은 얼굴로 함께 하고 있다.


 "무슨 일 있니?" 하고 인사 겸 말을 건네자 이제는 친근한 웃음으로 인사를 받는다.


 말인즉 친구가 함께 놀자고 해놓고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자기들이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밤 10시가 훌쩍 넘었는데 말이다.


 "너무 늦었는데 지금 놀려고… 너무 늦지 않았어?" 말릴 수도 없지만 말을 안 할 수도 없다.
 이구동성으로 괜찮다고 난리다. 그 사이 찬찬히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왠지 친근한 얼굴이 하나 있다.


 "너 혹시 나 모르니? 네 얼굴이 낯설지 않은데…" 작업걸 때 주로 자주 쓰는 멘트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아는 얼굴이었다. 역시 인근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이다. 몇 번 걱정이야기를 들은 바로 그 아이였던 것이다. '아, 바로 이 아이었구나' 다시금 찬찬히 보게 된다.


 "너희들 너무 늦었는데 인제 집에 들어가야지? 근데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기다리는 거야? 뭐 필요한 거 있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돌이라도 씹어 삼킬 나이니 언제나 배는 고플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가장 열심히 맞장구를 치는 녀석은 지난번에도 공부방 간식으로 먹다 남은 빵을 얻어먹었던 일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가던 길을 되돌아가 공부방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으로 먹다 남은 감자조림이 눈에 띈다.
 간식으로 줄 만한 것도 없었지만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배회하는 일이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다 싶어 감자 정도를 주면 적당할 것 같았다.


 요플레용 숟가락까지 함께 챙겨들고 감자를 들고 나오니 아이들 얼굴이 환해진다. 감자에 과분한 환대다.
 감자를 챙겨주는데 저쪽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두어 명이 얼쩡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 너희들 데이트하려는 거구나" 이해가 된다는 얼굴로 한 마디를 했더니 피식피식 웃는 얼굴로 "이런다, 이런다" 하고 한 아이가 맞걸이를 해온다. 수작이 계속 되니 여학생들은 어두운 주차장 구석으로 몸을 피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퇴장을 앞두고 찜찜함이 남는다.


 아이들을 어찌 해보겠다는 마음은 없다. 파랑새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파랑새로 함께 지내는 것이 아직 서로에게 힘든 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묻고 괜찮은지를 묻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아이들이 다 자라는 그 시간까지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먹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느 새 아까 본 아이 하나가 집으로 돌아간다며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한 명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다. 이럴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