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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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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의 첫 경험'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2.07.0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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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둘을 데리고 구로리공원(구로5동)까지 산책을 다녀오는데, 그 중 한 아이가 아직 학교도 다니기 전의 어린 아이라 꽤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야말로 찰싹 달라붙어 내내 안아달라고 성화를 부리며 있는 대로 몸을 치대오고 있다.


 파랑새로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파랑새는 지역아동센터라 아동복지법상 만18세 미만의 아동 전부를 돌보게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들부터 고등학생들까지 학령기 연령의 아이들의 방과후 돌봄을 책임지고 있다.


 영유아는 보육이 필요한 연령이므로 지역아동센터가 아닌 다른 영유아 기관에서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다고 쐐기라도 박듯이 올해는 한꺼번에 둘씩이나 유아들을 돌보게 되었다. 일부 지역아동센터에서 이런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도 이런 일이 파랑새에서도 실제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지역사회의 요청이 없었다면 아예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그러나 요청이 있었다 할지라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학령기 아동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지닌 유아들은 비록 한두 명이라 할지라도 교사나 센터가 짊어져야 할 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아이는 여러 가지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엿보여서 그저 돌본다는 말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유아기관을 다녀와서 오후 늦게부터 센터에서 지낼 것이고, 파랑새에서 돌본다면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마련해서 보내주겠다는 약속도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중간에 아이는 다니는 유치원을 그만두더니 그나마 옮긴 어린이집도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지역의 기관들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충분히 신경을 써주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곤란한 것은 자원봉사자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던 지역 기관이 결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그 어린이와 가족만이 파랑새와 함께 남게 되었다.


 일찌감치 공부방을 오는 아이를 보면서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한 번씩 한숨이 날 때가 있다. 아직 어린 나이라 몸짓이 서투르고 실수가 많은 것이 당연한데, 두려움과 불안감도 적지 않은 편이니 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행동은 난리도 아니다.    하루 종일 치대고 떼를 쓰고, 매달리고 칭얼거리고 고집을 부린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저 싫어하잖아요"하고 속에 있는 소리를 쏘아 붙이고 혼자 저만치 가서 삐져있다.처음에는 정말 기가 막혔다.


 머루같이 까만 눈동자를 지니고도 예쁘다는 칭찬을 곧이 듣기 어려워한다. 칭찬이 어려운 것처럼 사과도 무척 어려워 좀체 쉽게 하는 법이 없다. 잘못했다고 하면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늘 움켜쥐고 입에 넣기 바쁘다. 그러면서 "흥, 그러면 선생님 싫어할 거다요,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다요"라면서 교사를 어찌해보려고 별별 수를 다 써본다.


눈도 꿈쩍 않는 이 황소 같은 교사를 두고도 저 혼자 궁리에 바빠서 저리 흥흥거리는 것이다. 참 요란한 첫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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