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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아이를 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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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아이를 때렸습니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2.07.02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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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오늘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를 때렸습니다. 이런 반성문을 써서 막상 여러 사람들 앞에 내놓으려니 부끄러운 생각에 미칠 것 같지만 깊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앞뒤에 벌어진 일을 이야기하면 혹시 '응 맞을 만한 짓을 했구나'하고 말할까봐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 보다 제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처음에 저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좁은 방안에서 계속 고함을 크게 지르자 교사들과 다른 아이들이 모두 신경 쓰며 겁을 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가 꿈쩍을 않고 고집을 계속 부리자 엄마, 아빠에게 말해서 말을 듣게 하겠다고 위협을 했습니다. 직접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엄마, 아빠에게 빨리 공부방으로 오라고 무섭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바빠서 못 온다고 하자 아이 귀에 전화기를 대주었습니다. 아빠가 대신 무섭게 꾸짖어서 말을 듣게 하려고 그런 것입니다. 전화를 받을 때 아이는 확실히 겁을 내는 얼굴이었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리 오라는 제 말을 계속 무시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못 참은 것 같습니다.


 맨 처음에는 문지방에 아이를 앉혀 놓을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를 주저앉히려 하였지만 아이가 발버둥을 치며 울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저도 덩달아 더 흥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손바닥으로 등을 몇 차례 내려 쳤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교사들이 모두 보고 있어서 아이는 무척 창피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 상처는 없었지만 때릴 당시 꽤 큰 소리가 났었습니다.


 곧 엄마가 오시고 저는 "아이에게 체벌을 해서 더 이상 아이를 보호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도리어 아이에게 교사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훈계를 해주시고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아이는 문기둥에 기대 서서 힘없이 울다가 엄마와 저에게 끌려 나왔습니다.


 이미 일을 치르고 나서 정신이 들자 사과를 하였습니다. 아이는 별로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지만 엄마가 재촉을 하니 억지로 사과를 받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것을 깨닫고 모든 아이들과 함께 자치회를 열었습니다.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첫째, 얼마간 파랑새에 나오지 않는 것(정직), 둘째, 월급에서 얼마의 돈을 빼는 것(감봉) 등입니다. 학년별 회의 결과 대부분 첫째와 둘째 의견은 너무 심하다며 기타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5학년에서 아이들 한 명당 만원씩의 보상금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의견을 받아들여 아이 한 명당 만원씩 총 32만원을 월급에서 제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너무 심한 의견이라며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저는 파랑새의 센터장이고 마흔이 넘은 어른이니 아이들보다 잘 참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이보다 훨씬 큰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래서 기타 의견대로 반성문을 쓰고 이것을 신문에 싣습니다.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제 마음을 좀 더 잘 돌보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무리하지 않도록 그리고 마음을 널리 쓸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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