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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물을 깨면 개구리는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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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물을 깨면 개구리는 변할까?
  • 심형석 (우신고 3)
  • 승인 2011.04.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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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빠진 명문고 정책과 토론회에 실망

 구로타임즈 주최 명문고 육성 정책 관련한 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아! 우리들 이야기가 드디어 공론화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교육 문제를 어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해법을 제시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은 기대한 만큼의 좋은 내용도 있었지만 우선 이 글은 아쉬웠던 부분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들의 생각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픈 마음에서다.


 토론회가 끝난 후 같이 간 후배 중 한 명이 "토론회가 아니라 자기주장 발표대회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서로 설득을 하거나 반박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말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토론회가 단순한 찬반논쟁은 아니었다지만, 어쨌든 토론의 기본은 '설득'과 '반박'에 있지 않나싶다.


 게다가 구로구청 측의 반응도 뚱한 것이 크게 정책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구로구의 명문고 육성 정책에 대해서는 단순히 동의를 하고 안하고나, 어떤 이해관계와 결과가 나올지를 보는 것보다는 궁극적인 구청의 목표를 정확히 짚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마, 구청은 구로구의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 지역의 이미지 신장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방식으로 고작 '대학 진학률'이나 '입시현황'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근시안적이란 생각이 든다.


 구로구의 학부모들은 대개가 맞벌이 부부다. 그리고 친구들 중에는 편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꽤 많다.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고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데에는 가정의 역할이 기본이다.

 그런데 주말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박물관이나 나들이를 갔던 아이들과 할머니가 종이상자를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이 과연 똑같이 클 수 있을까? 지역구성원들의 특성상 다양한 체험과 문화생활을 아이들에게 시켜줄 수 있는 가정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이번 토론에서 어른들이 착각한 것은 '교육'을 논한 것이 아니라 '학교'만을 가지고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학교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생활하는 주 터전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배기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인격의 형성과 자아의 발견 및 실현은 학교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구로구 청소년들의 문화를 생각해보라. 거리에는 온통 PC방과 노래방 등이 즐비하다. 아이들이 건전하게 관심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먹고 살기 바쁜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투자하기엔 너무 빠듯하고, 수업 진도 나가기에 바쁜 학교들은 아이들의 성적 이외에는 관심을 가져주기가 힘들다.

 아프면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주어야 하는데, 진통제를 먹여 그때, 그때 가라앉히는 수준이다. 이런 쭉정이 같은 현실을 자아낸 데는 자치단체의 탁상 정책도 일조했다.

 정확하고 세세한 현실인식이 없으면 자연히 뾰족한 정책도, 성과도 나올 수 없는 법이다.

 또, '교육=학교'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버려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보다 자신의 환경에 영향을 받고 지역 문화에 영향을 더 받는다. 지역의 문화적 기반, 복지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교육이 제대로 되는 것이다. 1층 없는 2층과 3층이 말이 되느냐는 말이다.

 구로에는 인생의 밑거름이라는 독서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많다. 구청이 이들에게 지원해야 할 것은 수리 영역·외국어 영역의 보충 수업이 아닌 따뜻한 손길과 무엇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체험의 장이다. 그 때에 비로소 구로의 숨은 인재들은 속속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물 안 개구리들의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우물 밖으로 도약할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이란 학문에 대한 기갈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토론회를 경청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은 과연 명문고 육성 정책으로 일명 'SKY' 대학에 간 아이들이 과연 자신의 고향인 '구로구'의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인지 의문이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거의 대부분의 꿈나무들은 구로를 떠야 할 지역으로 생각한다.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지 못하는 현실부터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한 아이가 교육을 받는 데 1억이 넘게 드는 요즘인데 고작 2억 원으로 학교 전반의 교육을 얼마나 정비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구청은 당장의 구의 이미지 신장을 위해 대학 진학률을 높일 것이 아니라, 구로구의 주민들과 학생들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계획 없는 공사는 반드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번 토론회는 물론이고 그 전의 정책 결정에 있어 학생들의 목소리는 마치 잡음이라도 되는 양 싹 지워버렸다. 학교와 교육의 주인은 우리 학생들이다. 우리 사회가 늘 이런 식으로 청소년들의 주권의식을 은근히 짓눌러 온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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