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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것 전달해주는 보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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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것 전달해주는 보람 커"
  • 공지애
  • 승인 2002.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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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컴퓨터교실 보조교사로 열정쏟아



강의시간보다 일찍와서 회원들 지

남편서씨 심장수술받고도 매일 봉사



서해용(69) 김분이(67)씨 부부는 지난 5월부터 개봉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컴퓨터교실에서 보조강사로 봉사하고 있다. 개봉2동사무소에서 "부부 강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제껏 살면서 '아무개 엄마'로 통했는데 이제 제 이름을 불러주면서 '선생님'이란 호칭까지 붙여주니 너무나 신이 나요. 마우스 클릭하는 것도 벌벌 떨던 회원들이 어느덧 감사의 메일까지 보낼 때는 힘이 절로 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할 꺼 얘요."

김분이씨는 6 25를 겪으면서 소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컴퓨터교실에서는 척척 박사님으로 통한다. 그녀가 처음 컴퓨터를 대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 일이다. 주부대상 무료 인터넷 교실이 처음 생겼을 때 무료라는 소리에 신청했던 것이 그녀의 인생을 뒤바꿔 놓은 것이다.

컴퓨터를 배우다 보니 그보다 영어 공부가 우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복지관 등으로 영어강좌를 쫓아다니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남편 서씨는 이런 아내를 위해 직접 대형서점에 나가 영어 교재와 테이프까지 사다 주었다. 그는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김씨에게 'a b c d'를 쓸 때부터 지금껏 "이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 하는 소리를 해 본 적이 없다. 김씨는 "남편이 계속 옆에서 용기를 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부 할 수 있었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어떤 사람은 '뭐 아쉬워 그런 걸 하냐, 그냥 여행이나 하면서 살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가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보람있는지 모른다"고 김씨는 덧붙인다.

김분이 씨는 그동안 제대로 된 졸업장 하나 없었지만, 이제 그녀의 재산목록 1호는 이제까지 컴퓨터 강좌, 영어 강좌에서 받은 수료증이다. 지금도 꾸준히 영어공부와 컴퓨터 공부를 하면서 강사노릇까지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바쁘다. 남편 서씨는 심장수술을 받고 1달에 한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부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씨 부부는 행여나 강의 전에 나와 연습하는 회원들이 있을까봐 항상 강의시간 보다 일찍와서 자리를 지킨다.

"요즘 우리부부 대화의 80-90%가 컴퓨터에 관한 이야기예요. 남편은 경상도 사람이라 무뚝뚝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메일로는 평소에 하지 않던 사랑고백도 해줘서 너무 기뻤어요. 우리 부부는 뒤늦게 좋은 취미가 생긴 셈이예요." 김씨의 이야기에서 부부의 행복이 뚝뚝 떨어져 나왔다. 남몰래 결식아동 후원을 하기도 하는 서씨 부부는 아들 서장원(34)씨와 개봉본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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