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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뽑은 걸로 김장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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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뽑은 걸로 김장할거예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2.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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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지역아동센터 '배추 수확하는 날'
 
▲ 갑자기 찾아든 겨울추위에도 불구하고 한해동안 직접 재배한 배추를 수확하는 즐거움에 흠뻑빠진 예지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
  지난 11월18일(수) 오후 3시40분 궁동에 있는 주말농원. 이날은 '예지지역아동센터'(오류2동 소재)에게는 올 한해 가장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이름하여 '김장배추 수확하는 날'이다.

 8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궁동 주말농원에는 배추, 무, 백년초, 천궁, 양배추가 푸릇푸릇하게 자라 있었다.

 박수희 원장이 먼저 참여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인다.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키워왔던 배추를 한 명당 6포기씩 뽑아 예쁘게 정리해 자루에 넣는다.

 그런데 처음 해본 것이 아닌 듯 그 솜씨가 야무지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배추를 수확한 후 지역아동센터에서 사용할 배추를 자원봉사자와 함께 수확한다. 처음에는 큰소리도 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소리가 커지며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늘 수확한 배추는 160포기 정도 되는데 아동들 가정에 6포기씩 보내고 나머지는 예지지역아동센터 김장하는데 쓰인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5년간 이어져온 농원은 조금씩 땅을 확대해서 올해는 80평이나 되는 땅에 온갖 채소를 심어 여름에는 센터에서 사용하는 채소의 50% 정도를 이 텃밭에서 일궈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다.

 작년부터는 박수희 원장이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원예치료 개념을 도입하여 좀더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예지지역아동센터는 주2회 2시간씩, 하루는 농원에서 계절별 파종기에 알맞은 식물을 직접 파종하여 가꾸고 수확 후에는 요리활동을 접목시켜 아동들이 수확한 친환경농산물 요리교실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열심히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는 아동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머리가 상쾌하고 공부방에 있는 것보다 더 좋아요." "나는 무맨이다." "내가 키운 것 뽑으니까 정말 좋아요." "재밌는데 손이 너무 시려워요." "할머니 댁에 가져가서 같이 김장할 거에요." "아빠가 제일 좋아할 것 같아요. 집에서 제가 뽑은 걸로 김장할 거에요." 신나고 즐겁다는 반응이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하늘도 보고 바람도 느끼고 흙을 밟으며 주위에 초록색을 보면서 아이들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아요. 1시간은 농원에 집중하고 나머지 1시간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요. 무당벌레, 달팽이도 살펴보고 잠자리도 잡으며 아이들끼리 스스로 잘 놀아요. 처음에는 다투던 아이들이 이제는 서로 위해주고 다른 친구들 걱정해 주는걸 보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가장 좋아요."라고 말한다. 이날 함께 온 자원봉사 선생들도 "처음에는 나물, 채소를 잘 먹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잘 먹는다"고 거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예지지역아동센터에 들러 맛있는 떡국과 지난주 수확한 무로 아이들이 직접 담궜다는 깍두기도 먹어보았다. 각자의 취향대로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지만 맛은 끝내줬다.

 도심에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농원을 할 수 있게 땅을 저렴한 비용에 임대해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감히 '맑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김미영 시민기자




◈ 이 기사는 2009년 11월 23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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