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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에 대한 칭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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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에 대한 칭찬의 힘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2.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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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22 _ 칭찬하는 법
 "아빠, 이것 봐!"

 하여튼 한시도 가만있질 못하게 합니다. 1분 전에 불러놓고 또 아빠를 부릅니다.

 "내가 이것 만들었어. 자동차."
 "오, 그래 멋지다."

 나무 조각들로 열심히 자동차를 만들어서 보여주는데 당연히 멋지다고 해야 합니다.

 "이건 바퀴, 이건 삐뽀삐뽀, 이건 핸들이야."
 "그래?" "근데 아빠. 이 핸들은 왜 작은지 알아?"

 "왜 작은데?"
 "창문으로 보여서 그런 거야."

 나름대로는 생각도 해가면서 심혈을 기울인 자동차입니다.

 둘의 대화를 보고 있던 엄마가 끼어듭니다. "미루야, 너 그 자동차 되게 열심히 만들더라. 너무 잘 했어." 문득 칭찬을 할 때는 아이가 잘 한 '결과' 보다는 그걸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 '과정'을 칭찬해야 한다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아이 엄마는 이 방식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칭찬을 하자, 미루는 또 다른 자동차를 만듭니다.

 이번엔 좀 복잡한 걸 만드는지 혼자 조각을 이리 맞췄다 저리 맞췄다 하면서 낑낑댑니다. 엄마의 칭찬이 계속됐습니다.

 "우와 미루야, 너 그거 맞추느라고 힘들 텐데도 참고 열심히 맞추고 있네. 대단하다. 대단해."

 칭찬을 들은 미루는 힘들어 보이는 얼굴을 하면서도 더욱 열심히 조각을 맞추더니 결국 새로운 자동차를 완성시켰습니다.

 다음날, 전날의 교훈을 살려서 오늘은 제대로 칭찬을 해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찾고 밥을 먹이는데 머리에서 열이 조금 나는 듯합니다. 아이는 팔팔한데 아빠의 걱정증이 발동했습니다.

 "미루야, 안되겠다. 병원 가자." 아이를 거의 끌다 시피해서 밖으로 나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들어갔다 밖에 나오니까 아이는 아주 신이 나는 모양입니다. 평소 같으면 안아 달라고 할 텐데 걷겠답니다. 3~4분쯤 걸었을까, 열심히 아빠를 따라오던 미루가 헉헉거리면서 말합니다. "아빠, 내리막길 걸어가니까 진짜 힘들다."

 드디어 칭찬할 기회입니다.
 "그래? 많이 힘들어?"
 "응."

 "이야~우리 미루, 힘들 텐데도 정말 잘 걸어가네. 멋지다." 이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내는 미루에게 한마디 더 했습니다.

 "근데, 미루야."
 "응?"
 "이건 오르막길이야."

 어쨌거나 미루는 이날 혼자서 씩씩하게 병원까지 걸어갔고, 울지도 않고 병원 진료를 다 받았고, 집에 와서도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이를 보는 내내 전혀 힘들지 않고 즐거웠는데 아마도 칭찬의 효과가 조금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11월 16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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