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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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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느껴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1.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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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20 _ '학습'의 중요성
 아이들한테 '학습'은 참 중요합니다. 학습을 통해서 아이들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또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학습'이 꼭 아이들한테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이들한테는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몸으로 느끼는 것, 코로 냄새 맡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전부 학습이 됩니다.

 "상구, 내년 3월부터 영어 가르친대. 알파벳부터." 내년 3월이면 아이가 48개월이 채 되기 전입니다. 예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아이들 잡지가 있었는데, 아이도 재밌어 하고 엄마 아빠가 보기에도 필요한 내용들이 그 때 그 때 잘 들어 있어서 그 동안 계속 구독했었습니다. 그런데 내년 초부터 영어 알파벳을 가르친답니다. "내년부터 그 잡지 보지 말자."

 아이들한테, 그것도 남자 아이한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글씨를 가르치는 것은 너무 빠른 일입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한테 해로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남자 아이는 이 시기에 한참 두뇌가 발달하고 있는 시기인데 아직 문자를 익힐 정도까지 발달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부딪히고, 구르고 뛰고, 또 만지고 보면서 몸으로 체득하는 학습이 훨씬 필요한 때입니다. 이건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아이는 남자 아이에 비해 글씨를 가르쳐도 괜찮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아이가 흥미를 보일 때에 한해서입니다.

 얼마 전에 미루네 같은 반 아이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는데, 아마도 그 이유가 지금 어린이집은 공부를 많이 가르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아이는 지금 많이 힘들겠다 싶습니다. 한참 몸으로 학습할 나이에 그것도 주변의 모든 것을 쭉쭉 빨아들이면서 신나게 성장할 나이에 '공부'를 시키는 것은 아이를 괴롭히는 일일 뿐입니다.

 "아빠 단풍 참 예쁘다. 그치?" 집 앞에 물든 단풍을 보고 미루가 한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가을이 되니까 단풍이 졌네." "우리 저번에 사과도 땄었지이?" "맞아, 가을이 되니까 단풍도 지고, 사과도 열려서 미루가 신나게 사과 땄었어. 그치?" 주변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관심에 귀 기울이면서 열심히 대화하는 게 학습의 핵심입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재밌는 일 없었어?" 이렇게 물어봐서 아이들이 열심히 생각하고 말할 기회를 주면 그게 학습입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공부 많이 했어?" 혹은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 이런 식으로 주변의 변화 보다는 학습 수준의 정도에 관심이 있고, 아이들이 생각할 기회를 주기 보다는 정확한 답을 원하는 질문을 하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들을 창의적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11월 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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