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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무엇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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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무엇을 좋아할까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0.2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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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6
 "미루야, 너 남자야? 여자야?"
 "나? 남자."

 "그럼, 아빠는 남자야? 여자야?"
 "아빠는 여자."

 미루는 아직 남자와 여자를 잘 구분 하지 못합니다. 집에서 '남자', '여자'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척 집에 놀러 갔을 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면서 어떤 분이 툭 던지듯이 말합니다. "남자애라 그런지 한순간도 가만있질 않는구만."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미루는 남자애라서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그게 미루의 특징이예요.'

 남자, 여자라는 말을 자꾸 써버릇 하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특징이 있고, 그 특징을 잘 살려서 살면 그게 제일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남자, 여자라는 말을 자꾸 쓰게 되면 아이를 주어진 틀에 맞추려 하게 됩니다. 어떤 아이는 막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조용히 앉아 있는 걸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남자 아이면, "역시 남자라서"라고 말하고, 그 아이가 여자아이면 "여자아인데 저렇게 뛰어다니는 걸 좋아해"라고 말합니다.

 조용히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남자아이면 "남자아이가 그렇게 얌전해서 어떡해."라고 말하고, 여자아이가 그렇게 있으면 "여자아이라서 그런지 얌전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합니다.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그냥 그대로 칭찬받으면 되고, 조용히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역시 그것대로 칭찬받으면 됩니다. 남자아이라서 혹은 여자아이라서 문제가 되거나 칭찬받는 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특징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미루야 너 그 분홍색이 좋아?" "응" 며칠 전에 아이가 분홍색 색종이를 가지고 놀길래 물었더니 자기는 분홍색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어렸을 때 분홍색을 좋아했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고학년이 될수록, 분홍색을 좋아하면 왠지 '여자 같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일부러 다른 색을 좋아하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아이 엄마는 하늘색을 좋아합니다. 어디서 옷만 사왔다 하면 죄다 하늘색 옷입니다. 아이들 옷을 사러 가면 언제나 여자 아이 옷은 분홍색, 남자 아이 옷은 하늘색이나 파랑색인데 우리 집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분홍색이 좋구나. 아빠도 옛날에 분홍색 좋아했었는데 똑같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요즘은 아이의 어떤 측면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9월 28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1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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