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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9] "나, 물고기랑 자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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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9] "나, 물고기랑 자고싶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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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9 _ 물고기 기르기
 아이가 하도 졸라서 난생 처음 어항과 물고기 7마리를 샀습니다. "물은 4~5일에 한 번씩 갈아 주시구요, 먹이는 하루에 한 번씩 주세요." 설명을 듣고 물고기와 어항을 들고 오는데 아이가 아주 신이 났습니다. "아빠, 집에 가서 어항에 물고기 넣어주고, 먹이도 주자." "알았어, 근데 하루 있다가 물고기 넣으라고 했는데 어쩌지?"

 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물고기를 어항에 집어넣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우와!!! 나도 해볼래, 나도 해볼래." "그래 미루야, 같이 하자. 잘 잡아봐." 아이는 조심스럽게 물고기를 어항으로 옮겼습니다. 작은 손으로 먹이를 집어 톡톡 떨어뜨렸습니다.

 잘 시간이 돼서는 "나 물고기랑 같이 자고 싶어" 하더니, 어항을 침대 옆의 작은 서랍장 위에 놓고 엄마가 아니라 어항을 향해서 몸을 돌리고 말합니다. "물고기야, 잘 자. 나도 잘 잘게."

 최근에 어떤 책을 읽어보니까 남자아이는 언어능력이나 감정표현능력이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에 비해 뒤지는데 그 이유는 공감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랍니다. 사실 이건 남자가 어른이 돼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어쨌든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동물이나 식물을 키워보게 하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물고기를 키우면서 남을 배려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물고기를 사주고 나서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사주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물고기를 잘 키우는가 싶었는데 일이 났습니다. 물고기 한 마리가 죽어버렸습니다. 물도 깨끗하게 잘 관리해주고, 먹이도 꼬박꼬박 줬는데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습니다. "미루야, 어떡하지? 물고기가 죽어버렸어." "정말?" 미루 얼굴이 안 좋습니다. 물고기를 땅에 묻어주라는 미루 엄마의 말에 휴지에 죽은 물고기를 올려서 들고 집 앞쪽의 화단으로 갔습니다.

 "아빠, 물고기 땅에 묻어주면 거기서 사는 거야?" "응." 괜히 마음이 안 좋습니다. 땅을 파고, 물고기를 아이 손에 들려 내려놓게 했습니다. 물고기를 손위에 올려놓은 미루는 "물고기야, 너가 거기서 잘 살아야 돼. 알았지?" 합니다. 물고기를 땅에 묻고 돌아오는 데 미루가 말합니다. "나 눈물이 날려고 그래."

 마음 아파하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참 컸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감하는 능력도 많이 자랐구나 싶습니다. 근데 물고기가 죽어버려 마음 아픈 건 아이뿐이 아닙니다. 이왕 산 물고기 신경 써서 좀 잘 키워봐야겠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10월 26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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