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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의 전도사 김길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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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의 전도사 김길선씨
  • 정경미
  • 승인 2001.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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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규는 한국에서 대학보내기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영규가 만약 대학을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대학 나온 아이들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간디학교(경남 산청군 소재)에 올해 외동아들 영규(14)를 입학시킨 김길선(38)씨는 반년만에 많은 변화를 보이는 아들을 기특해하고 있다.

“아들 하나라고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줬었는데...서울에 살 때는 하고 싶은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이번 여름방학 전에는 재즈피아노다, 수학과외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일목요연하게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도 했죠. 그런 영규를 지켜보면서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설학원을 4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교육에 대한 다양성을 인식하게 되며 조금씩 대안교육에 관심 갖게 됐다는 김길선 씨. 그는 학원교육으로는 이상적인 교육을 실현시키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험적으로 학부모들과 독서교실을 운영한 바 있다.

“학원이란게 입시위주 지도밖에 못하잖아요. 그래서 독서교실을 시도해 본 거죠.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질적인 교육이 제공되기만 하면 극적인 교육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료 수집을해 가며 본격적으로 대안교육에 뜻을 두게 됐죠.”

김 씨의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독학으로 끝나지 않았다. “작년 초에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대안학교양성교사 6개월과정 프로그램을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1기생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현직교사 분들이나 일선에서 대안교육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셨더라구요. 아마 그 양성과정으로 인해 대안교육에 대한 체계가 하나씩 잡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전 김길선 씨 부부는 영규를 위해 구로구 항동에 살다 경남 산청으로 이사를 갔다. 김 씨는 간디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고.

“간디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아이가 하나도 없어요. 자기나름대로의 완벽한 계획을 세워 준비를 하죠. 사회에 대한 의식화된 시각도 가지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을 보고있으면 어른인 저도 절로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니까요.”

현재 고척동에서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상대로 무료급식을 하며 아이들의 대안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푸른교실의 운영위원인기도 한 김 씨는 아들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푸른교실에 거는 기대도 크다.

“12월 쯤 방학을 이용해 우선 초등학생을 상대로 방과후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먹는 것이 다가 아니죠. 푸른교실이 배고픔을 교육적 위상으로 끌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대안학교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공교육과 많은 마찰을 빚고 있는것에 대해 김길선 씨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안학교가 절대 공교육에 반하는 교육은 아닙니다. 다만 다양성이 결여된 우리 공교육 현실에 교육적 다양성을 열어보인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들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좌충우돌, 외줄타기 형상이죠.”

“어떤 아이라도 부모들이 믿음만 가진다면 그만큼 아이는 큽니다. 학생 자신도 자신의 삶을 믿는다면 대안교육은 망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위험감수를 하면서까지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있는 김길선 씨의 목소리다.

“푸른교실을 대안교육의 장으로 틀을 잡아 도시 속의 대안학교로 만드는 것이 계획이자 지금의 목표죠. 영규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이제 아이 계획은 자기 스스로 계획해 나갈 테니까요. 다만 체험학습 등을 많이 경험시켜 줄 생각만 가지고 있습니다.”

김길선 씨의 아들에 대한, 그리고 대안교육에 대한 믿음은 입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교육에 진정한 ‘열린교육’이 실천될 때까지 계속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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