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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2]아빠, '시작'이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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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2]아빠, '시작'이 뭐야 ?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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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2 / 말배우기
 "아빠 시작이 뭐야?" 미루가 물어보는 단어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응? 시작? 음......뭔가를 시작하는 거지" 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니까, 밥 먹을 때 '자 밥 먹기 시작' 하면 밥을 먹는 거야" "으응" "옷 입을 때 '옷 입기 시작' 하면 옷을 입는 거" 설명이 점점 어색해집니다. "아빠, 자주가 뭐야?" "자주? 자주는 뭘 '자~주' 하는 거" 물어보는 단어에 힘주는 거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예전에 물건 이름, 새나 동물 이름 물어볼 땐 쉬웠는데 이제 점점 어려운 단어들을 궁금해 합니다.

 미루의 어려운 단어 물어보기는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똑같은 동화책을 읽는데도 예전에 안 물어보던 걸 물어봅니다. "일찍이 뭐야?" "엄마는 자는데 아빠는 아침에 일어나 있지? 그게 일찍이야." "도맡아가 뭐야?" "주의가 뭐야?"

 "아무래도 단어 뜻 보다 맥락으로 설명해주는 게 좋겠어." 아이 엄마의 의견입니다. 질문 공세를 이겨내는 법으로는 딱 입니다. 대답하기 어렵다고 딴청을 부리거나 말을 돌릴 순 없습니다.

 "그래도 미루가 모르는 단어 말고는 다 안다는 얘기잖아. 아는 단어가 분명하니까 모르는 단어를 정확히 질문하는 거겠지?" 그 얘기를 들으니 괜히 또 뿌듯해집니다.

 "미루야, 할아버지랑 헤어지니까 서운하지?" "응 서운해" 오랜만에 처갓집에 갔다가 헤어지는데 미루가 서운하답니다. 마음이 짠합니다. "아빠 근데 서운이 뭐야?"

 미루가 쓰는 단어 중에는 모르면서 쓰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그날 '서운'을 설명하기 위해 또 한참이 걸렸습니다. 아이가 물어볼 때 부모가 '딴청 안 부리고 열심히 대답해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5일자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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