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09:53 (금)
[마을이 희망이다①]'꿈의마을' 성미산마을 아시나요
상태바
[마을이 희망이다①]'꿈의마을' 성미산마을 아시나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마포구 성미산마을
▲ 주민들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성미산마을극장. 평소 영화상영을 비롯 연극공연, 동아리공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이루어진다. 영화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성미산마을 사람들. 사진=성미산마을극장
마을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마을은 성장과 개발의 흐름 속에 브랜드로만 기억되는 주거공간으로 퇴색돼가고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일수록 더욱 그같은 마을의 의미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마을을 살기 좋은 삶의 터전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한편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구로에서는 2003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동별 주민자치위원회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행복과 희망, 문화가 넘치는 마을로 만들 것인가를 모색하는 열풍이 일 정도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마을 만들기가 관 중심의 동원성,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마을 만들기가 일상적인 삶의 운동이나 의식적인 변화의 노력과 실천을 통해 이뤄내야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을 간과하고 행정적 성과로만 접근하려 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

 이에 구로타임즈는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마을이 살고싶은 행복한 공동체 마을이 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기획을 시작한다. 이번 기획은 앞으로 5회에 걸쳐 연재되며, 마을의 변화를 선도하고, 이웃 간의 벽을 허물고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일구어낸 사례와 구로지역의 현주소,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희망을 만들어가는 마을 사례는 구로지역과 규모가 비슷한 도심속 마을들을 대상으로 했다.

 기획연재 첫 번째로 소개될 마을은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소재한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다.

 1994년 공동육아를 시작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현재까지 주민들 스스로 먹을거리부터 환경, 교육, 극장, 문화공간 등 다양한 생활 공간들을 만들어낸 성미산마을의 놀라운 커뮤니티 속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사례①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
-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2. 사례② 이웃과의 벽 허무는 품앗이운동
- 대전 한밭레츠와 과천 품앗이

3. 사례③ 민-관이 함께 한 마을 만들기
- 광주 동림동·문화동, 인천 가좌2동

4. 지역현주소
- 살기좋은 구로 만들기, 씨앗을 찾아서

5. 좌담회
- 구로의 희망 찾기, 첫걸음 떼다

=================================================================


 "혹 성미산 마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고,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 만나 시원한 수다도 풀 수 있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잠시 머무르며 쉼터가 되어주는 유기농 카페가 있고, 마을사람들이 함께 만든 연극과 패션쇼, 영화 등이 펼쳐지는 마을극장이 있고, 생태와 환경을 배우는 공동체학교도 있는 곳.

 이 뿐만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는 친환경유기농매장이나, 집에서 잘 안쓰는 물건을 나누고 바꿔쓰는 재활용매장, 퇴근길 엄마의 부담을 가볍게 해주는 친환경 반찬가게도 있다.

 차를 공동구매해 필요할 때 동네주민들이 나눠 쓰는 자동차두레도 있고, 노인과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돌봄두레도 있는 마을···.

 이런 곳들이 있는 동네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짐을 싸서 이사 가고 싶지 않은가. 그러나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에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상상의 세계가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구로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 마포구의 이른바 '성미산마을'은 바로 이같은 '상상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살맛 나는 마을의 하나다.

 '성미산마을'이란 우리지역의 구로3동, 개봉1동처럼 특정 행정구역의 이름이 아니다.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성산1동과 인근 망원동, 서교동, 연남동에 터를 잡고 있는 마을들을 모두 일컫는다. 지난 2001년 서울시와 마포구가 마포구에 유일하게 있던 산인 '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성미산 지키기에 나서면서 유명해진 이름이다.


# 공동육아에서 마을극장까지
 
 성미산마을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공동육아라는 말이 생소한 1994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 어린이집'이 만들어졌다. 공동육아로 모인 사람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한 대화로 즐거웠고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대안적 어린이집은 점차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확장에 나섰다. 1995년에 두 번째 공동육아 협동조합인 '날으는 어린이집'을 설립했고 이어 '도토리 방과후'까지 만들었다.

 현재는 참나무 어린이집과 '날으는 어린이집'이 분화한 성미산, 토바기 어린이집까지 4개의 어린이집과 도토리, 풀잎새 등 취학아동의 방과후학교까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던 학부모들은 친환경유기농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2001년 2월 마포두레생협을 출범시킨다. 100여 세대가 모여 만든 이 마포두레생협은 8년이 지난 2009년 현재 3천 세대가 넘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더욱 굳건한 하나의 공동체로 나서게 한 것이 바로 2001년 성미산 지키기다. 성미산은 마포구 성산1동에 소재한 해발 66m, 면적 3만8천여평, 가로세로 길이가 500m가 안 되는 작은 언덕 같은 산이다.

 이 산에 서울시가 배수지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된 주민들의 성미산 지키기는 가수겸 탤런트인 김창완씨를 비롯해 강산에, 장사익 등이 참여한 숲속 음악회를 열고, 투입된 용역깡패에 맞서 주민들이 직장도 안가고 수 십 시간을 맞서 싸우는 활동 끝에 드디어 2003년 마을공청회와 주민투표를 거쳐 서울시로부터 유보 결정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둬내기에 이르렀다.

 이 '성미산 지키기'활동은 마을의 작은산, 성미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선 오늘날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살맛나는 '마을과 이웃'을 만드게 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공동육아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한 '외부' 사람들과 지역 원주민들을 만나게 해줬으며, 공동의 과제를 단결과 협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또 그 힘을 확인한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기다 이 '외부' 사람들을 성미산을 중심으로 한 마을의 주민으로 자리를 잡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때 시작된 숲속 음악회는 마을축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성미산마을은 새로운 변화와 확장에 나서게 된다.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실천으로 이어졌고, 대부분 현실화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다닐 대안학교가 만들어져 2004년 9월에 첫 입학식을 거행했다.

 2005년에는 마포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공동체라디오 방송국 '마포FM'를 설립했고, 2007년에는 재활용센터 '되살림가게'가 문을 열었으며 유기농 카페 '작은나무'도 단장에 나서 주민들의 마실공간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올해 2월 마을주민들이 관리하고 만들어가는 '마을극장'이 동네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이에 앞선 2007년에 건설교통부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교육, 복지, 문화, 경제, 환경 등 분야별 분과를 갖춘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을 탄생시켜 마을의 일을 공동 주관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하지만 성미산마을에서 벌이는 사업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정직한 자동차 수리를 위해 자동차수리협동조합인 '차병원'을 만들었지만 올해 2월에 재정난으로 셔터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빚을 남기기도 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포연대도 방향을 잃고 올해 2월에 해산했다. 숲속 작은 도서관도 7년 만에 재정적인 압박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 잠시 문을 닫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설립한 마포FM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데다가 성미산마을과 공감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3년 만든 마을의 문화학교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꿈터 택견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사람과 마을'의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이런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회운동처럼 무슨 목표를 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완성도를 그려놓고 가는 것도 절대 아니고요. 불편한 사항 있으면 이렇게 해보자 하면서 사는 것이죠. 해체되고 무산되는 조직이나 사업도 그동안 많았어요. 다 잘된 것만은 아니죠. 이 동네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이상한 소문 퍼뜨리는 사람도 있고 술먹고 주사부리는 볼썽사나운 사람도 있어요. 그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을 사람들이 다친 사람은 없는지, 우리 이런 것은 잘못했네 하면서 웃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요."
 

# '그들만의 리그' 평가도 해결과제

 성미산마을을 중산층의 강력한 공동체로 또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풀어야할 과제다.

 2007년 마을축제 때 주변 상점들의 반발에 부딪쳐 골목에서 진행했던 사건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해 소소하게라도 출자할 때 겪는 경제적 부담 그리고 대안학교에 보내기 위해 내야 하는 후원금 등도 서민들에게 높은 문턱이 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어떤 곳이나 문턱이 있어요. 그 문턱을 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유 있는 중산층들의 공동체라고요? 70% 이상이 전셋집에서 사는데…. (웃음)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직장까지 관두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정으로 끈끈한 마을이 됐다고 생각해요. 부부가 서로 평등하고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그런 동네, 찾기 쉽지 않죠. 저희들의 이러한 가치를 더욱 확산하기 해야할 일이 많아요. 노력중입니다."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오랜 시간 성미산마을을 꾸려온 사람답게 풀어야할 과제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도전은 현재진행형

 2009년 성미산마을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춘 주민이 나선 마을식당을 준비중이고, 마을자료를 집대성한 마을아카이브도 완성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마포두레생협 안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들이 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를 공동구매해 필요할 때 나눠 쓰는 차두레가 올해 시작됐고, 몸이 불편한 노인과 방과후 아동들을 위한 돌봄두레도 신호탄을 쏘았다.

 저탄소 마을을 만들기 위한 생활수칙을 만들고 배포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또 어렵게 지킨 성미산에 홍익대학교재단이 산을 깎아내고 학교를 짓겠다고 나서 또 다시 마을주민들은 성미산 지키기 싸움에 나서고 있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도전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기획취재팀 : 송지현 김경숙 황희준기자/ 김미영 시민기자>
-----------------------------------------------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5일자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