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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금연지정 제도적 장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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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금연지정 제도적 장치 시급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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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집앞 놀이터를 지나는데 벽에 붙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수막에 '어린이공원 금연구역 지정'이라고 쓰여 있었다.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저녁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가면 의례히 청소년들의 흡연이 자주 목격되고 흡연자들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가 늘 눈에 거슬렸다. 아이들도 청소년들이 여럿 몰려들면 자연스레 놀이터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구로구가 놀이터와 어린이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배경은 지난해 실시했던 초중고생 흡연실태조사 결과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구로구보건소가 실시한 관내 초중고생 26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흡연실태를 보면 중고등학교 청소년 평균 흡연율이 15.4%(초등학생 2.2%)로 청소년 평균흡연율 13.3%에 비하면 약간 높은 상태이다.

 또한 가장 흡연을 많이 하는 장소로 초등학생 30.8%, 중학생 64.6%, 고등학생 40.3%가 놀이터와 공원이라고 답했다. 이번 어린이공원 금연구역 지정은 '어린이들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고 초.중.고생들의 모방흡연을 줄이기' 위해 공동주택과 놀이터 364곳과 어린이공원 18곳 모두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으며 이를 관리할 '금연 놀이터 지킴이' 를 가동할 예정이다.

 금연놀이터 지킴이는 대한노인회 구로지회의 도움을 받아 만든 순수 자원봉사 단체로 42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놀이터를 돌면서 금연 상태를 체크하고 학생들을 계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금연놀이터와 공원 지정의 근거는 '구로구 금연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라며 "조례 3조에는 '구청장이 주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해당 장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거리로 지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몇해 전 동네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에서 우리 아이들이 즐겨 노는 놀이터를 우리 손으로 깨끗이 치워보자는 논의를 하였고 시간이 되는대로 일요일에 놀이터 청소를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담배꽁초'였다.

 아이들이 즐겨 노는 놀이터에 웬 담배꽁초가 그렇게도 많은지, 함께 청소에 동참했던 지역주민들과 "놀이터에서는 금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많이 주고받았다. 영아에서부터 초등학생이 그나마 갈 곳 없는 구로구에서 놀이터에서나마 마음 편히 놀아야 하는데 아침부터 놀이터에서 병째 술마시는 어른들을 마주하게 되고 저녁이 되면 청소년들의 흡연으로 우리 아이들은 놀이터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염려도 문제지만 흡연과 음주가 동네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어 흡사 흡연과 음주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까 그것이 더 걱정되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몇 명에게 '어린이공원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구로3동 유 모 군은 "담배피는 아저씨들을 보면 우웩이에요. 학교에서 금연교육을 받았는데 간접흡연이 더 나쁘대요." 김 모군은 "정말 놀이터에서 담배 안 피웠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제부터 놀이터에서는 담배 못피우겠네요?" 하며 되묻는다.

 그런데 어린이공원 금연구역 지정은 반가운 일이지만 당장 그 효과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지킴이가 언제 도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 누구도 현수막 문구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또한 적극적인 계도가 어느 만큼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금연구역 지정을 실시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사정을 보더라도 금연 권장구역에서의 흡연에 대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있으나마나한 문구가 돼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시와 자치구들은 그나마 담배꽁초 무단 투기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는 방법으로 단속을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를 비롯한 인천, 부산, 대구, 경기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내 일부 구역을 금연거리로 지정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실질적인 실행과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금연구역 지정'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무조건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므로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마련, 또한 지역주민의 의견청취 등을 통해 좀 더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후속조치들이 뒤따랐으면 한다.
 


■ 김미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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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된 자녀를 두고 있는 김미영 시민기자는 현재 구로3동에 살고 있으며, 구로생협 이사장등을 역임했습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동네 벼룩시장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일자 30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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