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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은 간장 맛에 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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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은 간장 맛에 반했어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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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보름에 담근 장을 꺼내 가르는 구로시민생협 회원들. 장독대를 공유하는 멋이 도시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어릴 때 2층 옥상에 올라가 항아리에다 차곡차곡 된장을 넣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느새 30대.40대 아줌마들이 된 우리가 우리 손으로 된장을 담글 때가 되었다.

 지난 2월 9일 구로시민생협에서는 대보름날에 된장 담그기를 진행했다. 9일이 마침 닭날이었고 대보름날 담그면 맛도 좋고 액막이의 효과가 크다고 해서 결혼식 날 잡듯 신중하게 잡은 날이다. 장은 주로 닭날과 말날에 담갔는데, 닭날에는 달으라고, 말날에는 말의 피처럼 진하게 되라고 담갔다고 한다.

 생협에서 공급받은 메주와 소금 그리고 생수를 사용해서 볕이 좋은 옥상 항아리에 잘 담갔다.

 정월장은 2, 3월장에 비해 약간 싱겁게 담그고 70~80일을 두게 된다. 70~80일 후에 간장을 가르고 60~70일 정도 익혀서 먹게 된다.

 드디어 오늘 5월 13일 간장가르기를 했다.

 한달 전에 담은 된장항아리에서 된장만 꺼내 주물럭 주물럭 온힘을 담아 된장을 으깬다.
 "이거 꼭 똥 같은데··· 느낌이 이상해요." 두산아파트(구로4동)에 사는 이경선 씨의 말이다.

 손에 전해지는 느낌이 물컹 거리는게 재미있다.

 항아리 밑에 남은 물은 고운체에 거르면 간장이 된다. 다들 짠 간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면서 한마디씩 한다. "와~ 맛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이정은 씨는 "내손으로 담은 간장 맛이 이렇게 좋다니 올 한해도 일이 잘 풀릴 것 같네요"하면서 흐뭇해했다.

 걸러진 간장은 들통에다 부어서 넘치지 않을 만큼 끓인다.

 꼴꼴한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다들 고소한 냄새라고 하니 전통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역시 훌륭한 아줌마들이다.

 끓인 간장을 유리병에 담아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맛있는 간장이 된다.

 잘 으깨진 된장을 다시 항아리에 넣고 맛있는 된장이 되기를 기원하며 햇볕 잘 받는 곳에서 숙성을 시킨다.

 올해로 3번째 된장을 담그게 되었는데, 작년까지의 된장이 맛나게 잘 담가져서 앞으로도 쭉 구로시민생협의 붙박이 행사가 될 것 같다. 올해는 방식을 바꾸어 된장과 간장을 판매할 예정이다. 간장은 벌써 다 팔렸고, 된장은 추석 즈음에 판매한다.


■ 주경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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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임 시민기자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구로3동에 살고 있는 주부로 현재 구로시민생협의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2009년 5월 18일자 30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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