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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게시판은 구청장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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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게시판은 구청장 전유물?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6.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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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철구청장 사진이 대다수... 형식적 운영

주민들 "관심없다" 반응냉담

실질적 주민정보공유의 장으로 개선 시급

본지, 구로구 19개동사무소 게시판운영실태 조사

주민과 가장 밀착돼있는 행정실무공간, 동사무소. 그 곳에는 각 동마다 명칭은 조금씩 달리하고 있지만 동게시판이란 이름의 게시판이 있다. 그러나 주민이나 동사무소측이나 모두 아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형식적인 게시판으로 운영되고 있는게 현실. 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따른 주민자치센터제가 본격 시행된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지만 정보교류의 장, 동의 소식을 접할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할 게시판은 오랜 관행속에 구청장이나 구청행사 일색의 사진들로만 채워져 뜻있는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구로타임즈 대학생기자 3명이 구로구 19개동사무소 전역을 발로 뛰며 동게시판 운영현황을 살펴봤다.

동사무소 내부게시판이 대부분 구청장 중심의 활동사진만을 게재한 홍보판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관련 많은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동사무소 게시판 내용과 관리도 주민자치제시대에 발맞추어 이제 주민을 위한 , 주민의 열린 정보공간으로 새롭게 변화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본지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구로구내 전 19개동사무소를 대상으로 '동게시판 운영관리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신도림동을 제외한 모든 동사무소의 내부게시판이 구청장과 구청에 관련된 사진들로 거의 채워져, 구청장을 위한 전용 홍보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동사무소 게시판에 있는 사진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로 '박원철 구청장 신년인사회', '구청장 경로당 방문', '구로구-광명시 환경 빅딜' 등 주로 구청장이 참가한 행사등이 주종이었고, 동 관련 사진으로는 올초에 실시한 '주민자치센터 개관 기념식'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표 참고)

이번 조사결과 동사무소 게시판에 구청장 중심의 사진들로 채워지는 것과 관련, 상당수 공무원들이 구청지시나 조사가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입장을 토로, 주민자치시대에 맞는 의식의 전환이 동사무소에 앞서 구청측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내부게시판은 '동정홍보' '구정홍보' '홍보판' 등 동사무소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놓았는 데 일부동사무소의 경우는 심지어 게시판이름도 사라진 채 사진들만 게시, 주로 주민자치센터로 올라가는 2층 계단 복도에 설치해놓고 있다.

동사무소의 게시판은 이와함께 외부 한쪽에 설치한 외부게시판도 있으나 이 또한 주로 포스터나 공문 등이 일부 게시돼있을 뿐 주민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이고 다양한 정보는 거의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관리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반응 냉담

이와 같이 운영되는 게시판에 대한 동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구로2동에 살고 있다는 주부 박희영씨 (25)씨는 동사무소 게시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면서 "주민들이 보는 게시판에 굳이 이런 사진(구청장)을 게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구로4동 극동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황미라(35)씨는 "사진이 가식적인 느낌이 든다"고 지적, "사진들을 전부 치워버리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알림소식란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내용 등을 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밖에도 동사무소에서 만난 주민들 대다수가 게시판 내용에 대한 무관심 또는 높은 불만을 표명, 보는 이 없는 게시판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주민들은 주민을 위한 게시판으로 활성화하려면 '주민들의 자원봉사'나 '녹색어머니회 활동'같은 주민들에 관한 사진과 생활에 유익한 정보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당수 공무원 '문제없다'

주민들의 입장과 달리 공무원들의 반응은 상당수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구로2동의 서무담당자 김광문(50)씨는 '동 홍보가 구청홍보내용이고 구청홍보내용이 곧 동 홍보이기 때문에 사진에 그러한 활동내역들을 걸어 홍보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형식적인 게시판 운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공무원들도 꽤있었는데 주로 "오랜 관행으로 지속되어 온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루었다. 구로동지역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서울시나 구 행사내용을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나온 홍보물을 주로 게시, 형식적일수 밖에 없으며 주민들에게 별로 효과가 없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일부 동사무소 노력 '눈길'

동사무소 게시판이 구청장중심의 구청소식 일변도로 운영관리되고 있는가운데, 주민들을 위한 게시판으로 전환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부 동들이 있어 관심을 모았다. 신도림동사무소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곳으로, 19개 동 중 유일하게 주민자치센터프로그램 일정이나 교육장면 등 순수한 주민관련 내용을 절반 이상 게재해 그나마 홍보게시판이 잘 운영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했다. 김지현 신도림 동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직원들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본동의 경우는 동사무소내 홍보 게시판 아래에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은 소책자나 팜플렛 등을 따로 구비해두어 홍보판이 못하는 기능을 일부 보충토록 하고 있다. 동사무소내 한 공무원은 "동정공보 게시판은 형식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 게시판 아래에 있는 정보게시물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구로5동 동사무소도 주민들을 위해 홍보판과 별도로 마을문고와 주민자치센터내에 각종 정보와 주민참여행사사진을 따로 게시 주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끌고 있다.

주민들의 정보공간으로 활용돼야

열린 사회 시민연합의 박효선 기획국장(34)은 "동사무소 내부 게시판이 구청장 홍보 목적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게시판이 주민들의 의사소통 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국장은 이를 위해 "게시판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담당하고 공무원이 이를 관리토록 할 것, 구청장 활동은 소책자등으로 따로 만들어 원하는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부 게시판은 눈에 띄게 설치해 알림판으로 활용하고, 내부 게시판은 상세한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했다.

구로시민센터의 장인홍 위원장은 "동사무소가 행정기관의 말단 조직이라는 생각 때문에 관행적으로 홍보판이 운영되고 있다"며 "주민을 일방적 홍보대상이 아니라 참여 주체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를 거쳐 공적인 영역에 한하여 게시판을 주민들에게 개방해야하며 이를 위해 게시판 운영에 대한 규칙이나 구 차원의 조례가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심지나, 신지원, 진광길 대학생기자>

***** 취재후기 *****

공무원들 '게시판 불감증'에 실망

우선 각 동사무소의 게시판이 2개가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그것도 외부게시판 따로 내부게시판 따로. 동사무소 게시판의 본래 용도가 구청소식, 동소식 등의 다양한 뉴스에서부터 주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생활정보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였다.

특히 홍보판, 구정홍보라 불리우는 내부게시판의 경우는 구,동의 행사등의 사진을 실은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사진속엔 '구청장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구청장의 대단한(?) 활약상을 담은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대부분 주민들은 이 게시판에 관심도 없어했고, 그나마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도 구청장 선전용 사진같다며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우리 역시 그 사진들이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외부게시판의 경우는 주민들이 실제로 많이 보고 이용하는 게시판인데 허술한 내용과 주민들이 실제로 활용할만한 정보와는 거리가 먼 게시물이 대부분인지라 있으나마나한 형식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우려되는 것은 공무원들의 게시판에 대한 태도였다. 해묵은 관행, 관습에 물들은 그들의 '게시판 불감증'은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부게시판의 경우는 "형식적이지만, 위에서 지시한대로 안하면 감사에 걸리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혹은 " 다른 동사무소에서도 대부분 그렇지 않느냐?" 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당연시 여기는 아니 정당화시키는 태도. 외부게시판의 경우 역시 "위에서 공문이 나오는 대로 붙인다"라든가 "어차피 매달 반상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실제로 게시판은 별 효용이 없다." 등의 철저한 공무원 위주의 사고방식은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함께하는 마인드를 갖기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공무원들도 자신이 공무원인 동시에 또 어떤 구나 동에 속해있는 주민인데 그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무원이라는 자신의 직분을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도 주민의 한사람으로써 한번 더 생각하고 행정업무에 임한다면 진정한 게시판의 의미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훨씬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게시판이 주민과 동사무소의 솔직 담백한 쌍방향커뮤니케이션를 형성할 수 있는 진정한 공공의 알림이로써의 기능을 다하는 날이 어서 오길 바라면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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