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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빚까지 갚을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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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빚까지 갚을 필요 없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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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9> 부부별산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되었다거나, 아내가 사치스러운 생활을 일삼던 중 과도한 카드 사용으로 많은 부채를 지게 되었다면, 부부 일방은 상대방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할까.

물론 어버이와 자식, 형제 자매, 부부 등 혈연과 혼인관계 등으로 한 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집단을 가족이라고 하며, 그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집단을 가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부는 가정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로서 공동운명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부가 생활필수품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출을 하여 은행이나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면, 이는 공동책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일방이 사치품 등을 구매하여 빚을 지게 되었다거나 사업상의 차용금, 어음에 대한 배서 행위, 빚보증 등에 의해서 지게 된 채무에 대해서는 연대책임이 없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830조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하여 각자가 관리․사용․수익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부별산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과거 가부장제적 전통 하에서 특히 아내를 남편의 종속적 존재로 간주해 왔던 전통적 가족관을 지양하고, 부부가 서로 독립적인 존재이고 대등한 관계에 있음을 재산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부부 중 일방의 명의로 되어 등록되어 있는 부동산이나 동산(예컨대 자동차 등)은 각자의 소유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그 명의자를 무조건 소유자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 중에는 부부 어느 한쪽의 명의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쌍방의 협력에 의해 취득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부 일방의 사망으로 재산을 상속받거나 이혼으로 인하여 재산을 분할할 때에는 그러한 협력 사실을 입증하여 자신의 몫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가정 내의 협력관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된 재산이 공유재산임을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흔히 고리대업자들이 채무자를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무자의 가재도구들을 압류하는 경우가 있는데(사실 가재도구를 경매해 봐야 수십만원도 안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채권회수에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때에는 비록 가정에서 함께 쓰는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부부의 공유재산이 아니라, 어느 일방의 재산임을 강력히 주장, 입증하여 강제집행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송병춘 변호사 (법무법인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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