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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1년, 이불 덮어쓰고 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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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1년, 이불 덮어쓰고 울었죠”
  • 송희정
  • 승인 2006.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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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충신 고척3구역주택재개발 조합장
그녀의 어깨 위에는 주민 162명이 평생 피땀 흘려서 모은 전 재산의 무게가 얹혀 있다.

지난 2005년 9월, 웬만한 남성들도 맡기를 꺼려한다는 재개발조합장에 당선 돼 지난 1년여 동안 성실과 정직으로 조합을 이끌어온 김충신 고척3구역재개발조합장. 그녀는 구로구 최초이자, 서울시 안에서도 보기 드물다는 여성 재개발조합장이다.


- 162명 재산 짊어진 여성조합장, 338세대 재개발 총괄
- 세심함…성실…조화 ‘여성의 힘’ 조합원 신뢰 밑거름

“처음에는 부담도 됐죠. 재개발을 무산시키면 안 되니까요. 주민들이 잘 할 거라고 밀어줘서 이 자리에 올랐는데 지금도 절 신뢰해준 그 분들 실망시키면 안 된다 싶어 신발 끈 꽉 조여매고 열심히 다녀요. 그 분들 평생 번 재산을 제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는데 책임감 없이 어찌 일하겠어요.”

고척2동 155-2번지 일대를 싹 밀고 338세대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대단위 재개발사업을 총
괄하는 게 그녀의 역할이다. 조합원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 조율에서부터 행정기관과 건설업체를 상대로 담판을 짓는 일까지 숫제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란 없다.

때문에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소송’이라는 이 직책을 맡으면서 남모를 고충도 많았다.

“주민 동의서 받으러 갔다가 그 집서 키우는 개한테 물렸을 때 피 흐르는 와중에도 인감도장 받아들고서 고마워했어요. 동의서만 준다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쫒아 다녔죠. 사기 친다, 돈 먹었다, 욕도 숱하게 들었죠. 식구들 들을까봐 집에서 이불 덮어쓰고 울면서 1년을 살았네요.”

그런 그녀가 너무 기뻐서 울었던 적도 있다. 지난 1월 27일 주민동의 80%이상 요건을 갖춘 뒤 구로구청에 조합설립 인가증을 받으러 갔을 때, 이 날은 너무 기뻐서 대성통곡을 했다고. 조합설립인가 후 첫 임시총회를 개최했을 때의 벅찬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는 그녀다.

이북서 피난 와 문래동에서 살다가 고척2동에 터전을 잡고 산 지 올해로 33년째. 집집마다 숟가락 숫자까지 셀 정도로 사정에 밝은 그녀다보니 재개발 일도 한 집 한 집 숟가락 숫자 헤아리듯 세심하게 살폈다. 그리고 그 뒷일은 성실과 정직에 맡겼다고 한다.

“재개발집행부치고는 크게 시끄러운 일 없이 무난하게 진행돼 온 게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이에요. 사실 이 일 하려면 성실과 정직은 필수에요. 그게 눈에 보이면 조합원들은 자연스레 믿고 따라주게 돼 있거든요. 조합원 누가 찾아오더라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상처 주지 않게 대화하고 감싸는 일,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감출 얘기도 없고, 은밀히 가질 만남도 없다싶어 별도의 조합장 사무실을 마련치 않고 조합 사무실을 원룸처럼 개방해놓았다는 김충신 조합장. 그녀의 최대 소망인 조합장으로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조합사무실 앞에 놓인 흰색 운동화는 지금도 고척2동 골목 구석구석을 훑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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