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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사제동행(師弟同行)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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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사제동행(師弟同行)을 마치고...
  • 구로타임즈
  • 승인 2006.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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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균/ 우신고 교사
“어려울때 상대돕는 협동의 가치 배우는 삶의 현장”

우리 학교는 매년 여름방학을 맞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걸으면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슬기와 서로 돕는 지혜를 배우는 사제동행 도보여행을 하고 있다. 그동안 금강 이백리길 걷기와 섬진강 이백리길 걷기를 했고, 올해는 8월1일부터 8월 4일까지 교사 여섯 명과 학생 20명이 강원도 영월에서 정선까지 <동강 따라 걷기>를 했다.

동강 길을 따라 걷는 사제동행은 교사와 학생이 스스로 가난과 불편함을 선택하여 함께 걷는 도보 여행이다. 강 길을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걸으면서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여 성취감과 자부심을 얻는 일이다.

세상 어디에도 성취감을 얻는 체험을 파는 가게는 없다. 성취감은 스스로의 땀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도보 여행은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면서 친구들과 함께 걸어야 한다. 친구가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뒤쳐지면 기다렸다가 함께 가고, 지친 친구의 배낭을 자신도 힘들지만 들어주어야 한다. 사제동행 도보여행은 바로 어려울 때 용기를 내어 상대를 돕는 협동의 가치를 배우는 삶의 현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사제동행 도보여행은 크게 심신 단련과 협동성 강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3박 4일의 시간 함께 걸음걸이를 맞추며 자기 극기와 서로 돕는 동행을 원칙으로 한다.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처음 다짐했던 심성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학생들은 심신을 단련하면서 자연의 순행과 이치를 배운다.

내 나라 내 땅을 직접 걸어보면서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긍지를 얻고 현장 체험 속에서 서로 돕는 사람의 이치를 배운다. 동강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강 주변의 지리적 환경을 직접 경험하고, 강에 얽힌 역사와 문학, 생태적 환경을 공부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사제동행 도보 여행을 하면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도보여행은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도보 여행 중에 몸이 아프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몸과 마음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도보여행은 자신을 한없이 낮추어 아주 작고 하찮은 것들의 소중함을 배우는 기회이다. 한 걸음을 걷는 일에는 운동화의 상태부터 땅의 지형, 조그만 모래알 하나까지 다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정성이 필요하다.

도보여행은 자연을 사랑하는 일이다. 잠시 자연의 땅과 물을 빌려 걸으면서 함부로 다루거나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줄 중요한 자산이며 우리는 잠시 위임받아 임대해서 걷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보호하고 보존해야 한다.

도보여행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며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는 지혜가 필요하다. 힘들어 하는 표정 하나는 두 배 세배의 전염속도를 지니고 있다. 자신이 힘들면 옆의 사람은 더욱 힘이 든다.

도보여행에서는 오히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등 두드려주며 땀을 닦을 수건을 내미는 손길이 어울리는 풍경이다.

도보여행은 늘 감사하며 희망을 이야기 하는 행위이다.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기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길을 걷는 동안 모든 사람과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도보여행은 자신이 한 걸음 한 걸음씩 옮겨 가는 일이며 남에게 의존하는 일을 경계한다. 다른 친구들에게 미루면 그만큼 다툼의 상황이 발생하므로 자신이 먼저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짐을 정리해야 한다.

도보여행은 서로 사랑하는 일이다. 함께 끝까지 걸어가야 할 사람들이므로 친구들의 단점과 아픔까지도 꼭 껴안고 사랑해야 한다. 친구의 발에 잡힌 물집하나가 함께 가는 동행에서는 배척하거나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함께 껴안고 가야할 일부로 자리 잡는다. 혼자만 갈 수는 없다.

길을 걷는 동안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며, 자신이 걸어가는데 앞에서 걷고 뒤에서 걷고 있는 친구들은 자신이 걸어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바로 그 순간 옆에서 걷고 있는 친구 때문에 내가 걷고 있고, 내가 걷고 있기 때문에 그 친구가 걸어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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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7일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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