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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추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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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의 추억속으로’
  • 김윤영
  • 승인 2006.07.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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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부부 9쌍 웨딩사진 촬영 현장 함박웃음
50년 전 신혼의 추억을 되살린 9쌍 노부부의 웨딩촬영 현장. 처음 입어보는 웨딩드레스에 일흔 넘은 노부부들은 그때 그 시절 새색시, 새신랑으로 돌아갔다.

지난 7일은 구로노인종합복지관(구로5동)에서 준비한 어르신 부부관계 개선프로그램 ‘예그리나’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는 웨딩촬영이 있던 날.

복지관에서 화장을 하고 웨딩촬영을 할 이대역까지 지하철을 타야 했기에 “쑥쓰럽다” “어떻게 나가냐”고 걱정이지만, 한층 젊어진 모습을 바라보는 주위의 부러운 시선에 오히려 으쓱해지며 한껏 들뜬 분위기.

이날 웨딩드레스 촬영은 이대 거리의 한 웨딩드레스 카페에서였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한분씩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들은 겉으론 덤덤한 척이었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막을 수 없다. 할머니들도 “너무 뚱뚱하지 않냐?”, “너무 단조로운 것 같다”, “좀 더 화려한 왕관이 어울린다” 등 멋 내기에 여념이 없다.

떨릴 것 없다던 분들이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쑥스러운 듯 어색한 웃음만이 얼굴에 머문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한 평생을 함께한 이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사진 한 장에 이들의 두 번째 신혼이 시작된다.

이날 화장은 서울보건대 뷰티아트과 학생들이, 사진촬영은 실버잡지 월간 ‘아름다운 실
버’에서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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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넘긴 나이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촬영을 앞둔 어르신들의 삶과 설레임을 간단히 들어봤다.

△김칠성(77, 구로4동) 할머니
6․25사변 때 결혼해 함께 산지 올해로 51년째. “할아버지가 군대에 있을 때여서 족두리를 대충 주워다 쓰고 마당에 멍석 깔아놓고 집에서 음식 장만해 결혼식을 치렀다”고.
연애반 중매반으로 결혼했지만 처음에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많이 싸웠고, 8남매중 전쟁당시 아이 2명을 유산한 아픈 기억도 있었다고 털어놓으기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감에 대해 “마음이 간지럽고 이상하다”며 “복지제도가 이렇게 발전해서 이런 해택을 받는구나란 생각이 든다”며 연신 고맙다고.

△정덕이(74, 신도림동) 할머니
“시집와서 사는데 빨갱이들이 쳐들어오고 총알이 날아다녔는데 시어머니와 총알 안 맞으려고 두꺼운 솜이불 2개씩 덮어쓰고 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어려운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고. 17세에 결혼해서 지금은 74살.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지금은 복지관에서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노부부가 함께 즐거운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또 “족두리 쓰고 결혼 했는데 웨딩드레스 입는 거 방배동 사는 며느리가 보면 엄청 좋아할 것”이라고.

△ 김희주(76, 개봉동) 할아버지
‘54년 전에 결혼할 때와 지금, 할머니가 언제 더 예쁘냐’는 질문에 할아버지는 귓속말로 “그래도 할머니... 나도 그렇고”라고 익살스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54년 전에는 족두리 쓰고 구식결혼 했는데 이런 행사 생각지도 못했다”며 웨딩드레스 입은 할머니 모습에 푹 빠진 즐거운 신랑 표정.

△ 김양숙(73, 구로5동) 할머니
“너무 행복하다. 영감 데리고 신혼여행 가고 싶다”고 웨딩드레스 입은 소감을 밝혔다. “날씬해서 고현정이 입었던 드레스처럼 심플한 드레스를 추천해 줬다”며 거울에 이리저리 자신을 비춰봤다. 머리에 꼽는 왕관 핀도 좀 더 큰 게 어울린다며 “나 공주병이야”라며 소녀 같은 미소를 띠셨다.
“결혼한지 49년. 우리 영감이 버팀목이 돼 줬다. 영감 없었으면 쓸쓸하고 외롭게 살았을 것”이라며 5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구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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