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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도 '부실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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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도 '부실 합작품'
  • 송희정
  • 승인 2006.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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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2) 사행성성인오락실 범람 그 원인과 대책
최근 구로구에서는 상가를 내놓으면 반드시 성인오락실 간판이 내걸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곳곳에 성인게임장과 성인PC방 등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한집 건너 하나씩 성인오락실이 들어설 정도로 영업경쟁이 치열한가하면, 일부 업장에서는 경찰 단속을 피해 불법 도박행위까지 벌어지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구로타임즈는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구로관내 성인오락실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은 지난 호(159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성인오락실의 불법 도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인과 그 대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 pc방설립요건 단속규정 강화... 서버운영회사에 책임물어야
- 문광부 “6.27일자로 PC방등록제도입 도박전용 PC규제 가능”

“다 풀어준 뒤 단속만 하라니”
“이게 도박이에요? 정말 몰랐어요.”
지난 19일 오후 4시경 구로2동 구로큰길가에 위치한 L게임방. 침침한 조명등 아래서 온라인 포커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던 이용객 19명은 불시에 들이닥친 경찰 단속반을 쳐다보며 아연실색했다. 한 남성은(40대, 택시운전) “이게 불법인줄 몰랐다. 손님이 없어서 잠시 쉬러 왔을 뿐인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날 사행성 PC게임방 단속에 나선 구로경찰서는 게임방 이용객을 비롯한 업주와 종업원 24명을 도박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증거물로 확보된 모니터 상의 배팅금액만 수백만원대에 이른다”며 “이렇게 단속을 벌여도 그 수가 줄지 않을 정도로 구로관내 곳곳에 사행성 PC게임방이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행위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와 경찰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인오락실의 불법 도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진단은 다를 수 있지만 부실한 법과 제도, 관계기관의 안일한 태도가 낳은 합작품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최근 법의 허점을 이용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사행성 PC게임방의 경우 국세청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이기에, 일반 PC방과 구분이 안 돼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성인오락실의 불법 도박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 법령조차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내외 모든 게임물(아케이드, PC·온라인)들은 ‘음반비디오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하 음비게법)’에 의해 영상물등급심의위(이하 영등위)의 등급 절차를 밟도록 돼 있다.

문제는 성인오락실에서 사용하는 게임물 상당수가 영등위 등급 분류를 거친, 즉 음비게법상 합법적인 게임물이라는 데 있다. 게다가 영등위 등급을 받은 후 게임물을 불법으로 개조했더라도 수법이 교묘하고 은밀하게 운용돼 웬만한 전문 인력이 투입되지 않고서는 위법사항을 가려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음비게법상 불법 게임물을 사용하다가 적발됐다손 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 정도의 솜방망이식 처벌을 받기 일쑤라 단속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 문제의식은 남을 수밖에 없다.

영상물등급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사행성 게임물의 경우 심의는 기준에 맞게 받고서는 업장에서 통용될 때에는 심의 받을 때 내용과 다르게 운영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불법 게임물을 취급하는 업주의 자성을 촉구하거나 PC방 설립요건을 강화하는 수밖에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행성 성인오락실에 대한 단속은 대부분 형법 246조 도박개장죄 및 동법 247조 도박죄에 근거한 현장 적발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업주들의 영업행태로 어렵긴 마찬가지다.

최근 사행성 PC게임방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 사이에서는 PC에 저장된 영업실적을 일별로 삭제하거나, 게임물을 온라인상으로 제공해주는 본사와의 거래계좌를 3~4일 단위로 바꾸는 등 증거인멸수법 또한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 몇몇 업장들은 출입구 쪽에 무전기를 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경찰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까지 보이고 있다. 때문에 단속 시 증거확보에 주력해야하는 경찰로서는 여간 골머리를 앓는 게 아니다.

구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애초 게임물 등급을 매길 때부터 심의 요건을 강화하거나, 업장 낼 때부터 규제를 까다롭게 해야지 이미 다 통과시켜주고는 단속만 철저히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도박산업과 게임산업간 선
긋지 못한 정책입안자 잘못”

문화관광부는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규제 강화를 위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10월 28일 시행, 이하 게임진흥법)’을 공포했다.

이 법에 따르면 1회 게임시간이 4초미만인 게임물이나 1회 게임 경품 한도액이 2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리고 시간당 총 투입금액이 4만5천원을 초과하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사행성 게임으로 간주하고 국내 유통이 일체 금지된다. 만일 이를 위반할 때에는 징역5년이나 5천만원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과연 이 법의 시행으로 사행성 성인오락실의 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개봉2동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 주민은(여, 40대) “법이 잘못된 행위에 앞서 생겨나야 제 역할을 할 텐데 이 경우는 잘못된 행위가 벌어지고 난 다음에 법이 질질 끌려가는 인상을 준다”며 “(사행성 성인오락실의 문제는) 도박 산업과 게임 산업 간의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 정책입안자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행성 PC게임방에 대한 단속 규정이 미비한 것 또한 보완돼야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행성 PC게임방은 전국단위의 도박장으로 업장 한 곳만을 단속해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며 “서버 임대 및 이용행위와 관련해 사행성 PC게임 본사에 서버를 대여해준 서버운영회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련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 공병윤 사무관은 “지난 6월 27일 PC방의 등록 의무조항이 들어간 ‘게임진흥법’ 개정안이 여야 의원에 의해 입법 발의되는 등 PC방 등록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며 “등록제가 되면 도박전용 PC방에 대한 규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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