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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논단> 계도지와 구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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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논단> 계도지와 구로 미래
  • 구로타임즈
  • 승인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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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기 (구로타임즈 지면평가위원, 이슈아이 편집국장)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주민 홍보용 신문, 일명 계도지 구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다. 구로구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계도지 파문은 예산을 통한 주민여론조작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으로 비판받을 만하다.

구로구의 올해 계도지 예산으로 통반장 구독료(2억1500만원), 지역신문구독료(1억2000만원)란 이름으로 모두 3억3500만원이 편성돼 있다. 통반장에게 보내는 신문구독료 2억1천5백만원에는 일간지인 ‘서울신문 1억5000만원’, ‘지역신문’이란 이름으로 6500만원이라고 돼 있는 것.

구청쪽에 따르면 6500만원 예산을 지원받는 신문은 구로의 지역신문인 ‘구로오늘’이라고 한다. 올해 현재 이중 1500만원정도 줄어든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역신문구독료 1억2000만원중에서도 약 1000만원 정도를 ‘구로오늘’에 지원해 구로 오늘에 지원되는 총규모는 총 6000만원 정도라는 것. 광고료가 아닌 신문 구독료만으로 매달 약 500만원정도를 구로 오늘이란 신문에 쏴주고 있는 것이다.

“ 언론 통제 의도 크다”
그런데 구청쪽의 설명이 걸작이다. 지난해 구의회 내무행정위원회 예산심의과정에 참석한 구청 직원은 ‘구로오늘’이라는 신문만 특별히 지원해주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구로오늘’이 ‘구정홍보’를 잘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단다.

구청이 구정 홍보를 잘하기 위해 마련돼 있는 예산으로 책임지고 특정 매체를 활용하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할수도 있겠다. 구의 정책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지역에 이미 활동하고 있는 매체를 활용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엇을 선전하거나 홍보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지나 기관지 전단지의 경우에는 그같은 반론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이미 15만부정도를 발행하고 있는 구로구청 기관지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지역신문을 통한 홍보는 언론에 대한 통제의도가 크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지역신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매체의 경우, 이를 거부하거나 지원해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신문의 기능이란 게 여론의 전달과 정책과 정치활동에 대한 비판이고 이것이 신문에 부여된 원초적 사명과 역할인 것이다.

주민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과 전달, 정보 전달뿐 아니라 비판 기능 등을 통해 주민 공동체의 발전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사명인 것이다.

그런데 매달 500만원이라고 하면 어려운 지역신문사에서는 대단히 큰 돈이다. 발행비용과 몇몇 기자 월급을 주고도 남을 예산이다. 지역신문 사정상 대단히 큰돈을 받고 구로구의 정책이나 구청장이나 간부들, 구로구 의원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가 대단히 어렵게 돼 있다.

선거를 앞둔 구청장에 대한 동정과 구로구의 잘된 치적위주로 보도하게 될 것이고 이는 비판적 기사를 쓰는 구로타임즈를 견제하거나 구로구의 여론 흐름을 뒤엎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로구민들의 언론현상을 대단히 불행하게 왜곡시킬게 뻔하다.

비판 기능은 사라지고 찬양 일색으로 도배되는 잘못된 신문들을 우리는 일제시대 언론, 군부독재시절 언론현상에서 목도할 수 있다. 천황폐하만세‘ “oo 장군 만세” 식의 기사들은 아직도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치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언론들이 우리의 역사와 우리 국민들 민중의 삶을 어떻게 왜곡시켰는지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 너무나 잘 배워서 잘 알고 있고 실제 체험도 많이 했다.

“주민의 삶 왜곡 가능성 높아”
신문은 오늘을 기록하는 내일의 역사기록서이다. 잘한 일은 칭찬하고 잘못한 일은 비판해야 하는 것이 신문의 고유 사명이다. 천황폐하 만세, 장군님 만세의 신문을 만들던 신문사들이 10년이 지나고 50년이 지난 이때도 비난받는 이유는 역사왜곡의 주범들이기 때문이고 역사왜곡으로 우리의 삶이 왜곡되고 피폐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역사의 기록들을 넘어 우리는 현재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과거사위원회를 꾸려 도약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주민들의 삶의 기록이 되어야 할 지역주민의 신문들이 구정의 홍보성 기사로 도배된다면 자신의 세금이 잘못 쓰여 져도 어떻게 잘못 쓰여 졌는지 알 방법이 없다. 우리가 신문을 구독해보는 이유는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잘 씌어지고 있는지 잘 알려 주라는 부탁도 있는 것이다.

건강한 지역신문의 성장과 발전은 지방자치의 초석이다. 구청이 지역신문에게 월급주 듯이 지역언론을 활용하겠다는 발상을 갖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가 있는 한 구로지역주민들의 삶은 왜곡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주민 스스로가 나서서 바꾸지 않는 한 구로의 미래는 왜곡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 쟁점제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줄 것을 구로타임즈와 구로의 의식있는 시민들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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