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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조례제정,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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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조례제정,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
  • 구로타임즈
  • 승인 200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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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구로생협 식품안전팀 김양희 팀장
지난 가을 저녁식사를 마친 후 9살, 6살 된 두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과 수다를 떨며 시청하는 도중에 시선을 잡는 뉴스 하나가 우리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어느 중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학교급식을 한 후 집단으로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화면에는 그 학교 학생 수십여 명이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과 학부모들이 걱정스레 그 옆을 서성이고 있었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큰딸아이가 “엄마, 학교에서 주는 음식을 먹었는데 왜 배가 아파?”하고 물어서, “응, 청결하지 못하고 좋지 않은 재료로 요리를 해서 그래…….”라고 간단히 대꾸했다. 그러자 “학교잖아…….학교에서 주는 건 다 좋은 것 아니야? 근데 왜 배가 아프지?” 라는 아이의 말이 이어졌다. 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엔 선생님께서 올바른 것만 가르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음식도 당연히 좋은 음식만 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 현실이다.


-“내 딸아이가 될지도” 몸서리
학교급식을 먹고 한해에도 전국 수백여 명의 우리 아이들이 식중독에 걸려 설사하고 구토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화면을 심심치 않게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학생들을 볼모로 학교가 급식장사 아닌 장사를 하며 리베이트를 챙기고, 저질 식재료로 급식을 하며, 돈을 못낸 아이들은 급식을 할 수 없다는 지금의 학교급식현실이 가슴을 칠만큼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과 같은 학교급식환경 속에서 앞으로 두 딸 아이가 12년이 넘게 학교급식을 한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움을 넘어 참담하다 못해 공포감마저 든다. 러시안룰렛게임처럼 언젠간 텔레비전 뉴스화면에 비친 침대위에 누워있는 아이가 내 딸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까지 쳐진다. 또, 난 내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의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주민의 땀 물거품으로?”
구로구민들이 학교급식조례제정을 위해 달려온 지도 3년을 지나가고 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현재 학교급식조례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웃들에게 설명을 하고 서명을 받고 그렇게 구로구민 하나하나의 힘을 모았는데, 이제와 구로구의회가 어쩌구 구청 공무원이 어쩌구하며 맥 빠지게 만드는 놀음에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WTO협정에 위배된다’ ‘보복조치를 당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이들의 종속적인 태도를 보며 과연 그들이 대한민국의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맞는가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구로구의회에서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며 소극적으로 시간만 때우는 사이 구민의 이름과 땀으로 발의한 조례안이 한 순간의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급해져만 간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학교급식환경을 만들어주자는데 무엇을 망설이는지 엄마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급식도 교육의 한과정
미국의 학교급식의 경우 자국의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우리아이들에게 건강한 우리농산물로 급식 하자고 외치는 게 결코 무리한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한 끼 배를 채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의 한 과정이라는 인식부터 해야 한다. 우리 농민들의 피땀 어린 농산물로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만들어 우리아이들 모두에게 급식되어지는 것이 우리농민과 교사 학부모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임을 그네들이 속히 깨달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급식리베이트와 저질 식재료사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여기서 이대로 주저앉아 변화하기를 멈춘다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과연 누가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큰딸아이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말고 멍하니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는데, 딸아이가 “엄마, 내가 중학교 갈 때엔 학교에서 밥 먹어도 배 안 아프지?”라는 물음에 난 “그럼…….당연하지...”라고 자신 있게 대답해야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현재 구로구의회의 경우처럼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진다면 그 시기를 어느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재 학교급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바로 보고 쓸데없이 여기저기 눈치만 보지 말고 옳은 일을 행해야한다.

하루 속히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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