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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주는 행복, 꿀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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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주는 행복, 꿀맛이죠
  • 공지애
  • 승인 2005.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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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102> 동료노인들위해 8년째 점시배식봉사하는 김길순씨
개봉본동에 사는 김길순(73)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을 해 먹고 곱게 화장을 한 뒤에 구로노인종합복지관(구로5동)으로 향한다.

김 씨는 8년을 한결같이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사정을 한 것도 아니다. 본인도 봉사를 받아 마땅한 세대이건만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일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점심 메뉴를 준비하고, 배식하는 일, 그리고 뒷정리까지 마무리한다. 그제야 식당 식구들과 밥을 먹는데 그 맛이 꿀맛이고,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다.

“여기 나오기 전까지는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쑤셨어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난간을 잡고 다녀야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몸으로 김 씨는 병중인 남편을 간호해야했고 한복 바느질을 해서 자녀 셋을 키웠다. 자그마치 30여 년 동안이었다.

“8년 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매일 집에만 앉아 있다 보니 병이 더 나게 생겼더라고요. 그 때부터 복지관에 나오게 된 거에요.”

자녀들도 처음엔 ‘뭐 하러 힘든 일을 사서 하느냐’고 만류했지만 이제는 ‘안 아파서 고맙다’며 용돈도 두둑이 챙겨준다고 한다.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 씨는 “앞으로도 몸이 움직이는 한 계속 봉사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점심 배식을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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