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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닭장이 아니라 동네다운 동네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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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닭장이 아니라 동네다운 동네에 살고 싶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8.05.1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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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푸른 수목원이 단장을 끝내고 모두들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지만 왠지 발걸음을 할 기회가 통 없었다.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심고 가꾸어 놓은 것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섣부른 판단을 한 탓이다. 


그런데 아뿔사! 그게 아니었다. 졸졸 흐르는 실개천에 우거진 갈대숲 너머로 바라만 보아도 속이 훤히 뚫리는 것 같은 호수를 만들어놓은 것이 여간 공을 들인 것이 아니다. 거기에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화초와 수목들을 심어놓아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보고 생김새를 뜯어보는 것이 적지 않은 즐거움을 안겨 준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원두막에는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한가롭게 경치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하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구로가 이렇게까지 되었구나!감회가 새롭다. 


숨겨놓았던 보물을 펼쳐보이듯 파랑새 아이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수목원 나들이를 다녀왔다. '더불어 숲'의 신영복 선생님이 써놓으신 글귀들을 구경하며 수목원에 도착했다. 수목원에 닿기도 전에 철길이 놓여있는 것만 보고도 기쁨의 탄성이 절로 나오는 모양이다. 수목원이 마치 비밀의 화원이라도 되는 냥 으쓱한 기분으로 "여기에요, 여기!"하며 발걸음을 서두른다. 모두들 흠씬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모두들 다닥다닥 어깨를 붙이고 살았던 동네에만 살다 천지에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을 보니 황홀하기 그지없는 모양이다. 특히 아이들 부모님들은 그저 바라만보아도 행복하다는 얼굴들이다. 우리가 사는 곳도 좀 이랬으면...아쉬움도 번져간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조금은 편히 숨을 쉬고 자연을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살림살이를 만드는 것에 모두들 갈증을 내고 있다. 물론 졸라맸던 허리띠를 다 풀어버리고 팔자 좋게 살아보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확실히 더 높이, 더 많이, 더 빽빽이 짓는 것은 결코 매력적인 일이 아니다. 


그런 빽빽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결코 오래 제대로 견뎌낼 수 없다. 빽빽하고 어두침침한 교실 공간 안에서 아이들이 밝고 슬기롭게 자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일부러라도 조금 더 공간을 만들고, 나무와 꽃을 가꾸고, 하천의 흐름을 보살피고, 동네에 나비나 벌, 새나 벌레가 제대로 함께 실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인간들도 결국은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동네에는 시인과 작가가 들끓고, 젊은이들도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찾아든다. 아이들은 그저 나무들 사이에서 꽃을 벗삼아 벌레를 바라보며 그렇게 아름답게 자라날 것이다. 우리도 더 이상 감옥이나 닭장이 아니라 정말 동네다운 동네에 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이번에 시민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이 만드는 공약 속에도 반영이 되었다. 곧 있을 지방선거의 후보자들에게 좀 더 나은 구로, 좀 더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구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주민들이 먼저 힘을 모아보자는 뜻에서 만든 공약제안집이다. 주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후보자들이라면 이 공약 제안집을 읽고 또 읽으며 실천을 고민할 것이다. 암 그렇구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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