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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와 돌아온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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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와 돌아온 자
  • 구로타임즈
  • 승인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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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와 이경해, 송두율// 지금 이땅에 살면서 송두율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이경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김남수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비록 정도는 다르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에 좌절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의 대응 방법은 달랐다. 송두율은 스스로 이땅을 찾아왔고, 이경해와 김남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영원히 이땅을 떠났다. 언론이 이들 세 사람에게 주목한 정도에도 큰 차이가 났다. 송두율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추석을 맞아 독일에서 귀국하면서부터이다. 지난 한달 사이 9개 중앙일간지 기사를 검색해보니, 송두율이란 이름이 들어간 신문기사 건수만 707건에 달한다. 사설만도 37건에 달한다. KBS에선 "한국사회를 말한다"라는 한시간 짜리 다큐멘타리 편성까지 했고, 9시 뉴스에서 한달 동안 총 43건이나 다루었다.

송두율은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한국의 정치적 갈등 구도 속에 휘말리고 말았다. 진보진영은 냉전이데올로기의 모순을 극복하기위해 그를 양심적 지식인으로 상징화시켰다. 그러나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그의 입국을 기점으로 반공이데올로기를 재정비하고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구실로 사용했다. 언론에서 주목하니까 정치인들은 더욱 신이나서 송두율에 관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편 멕시코 칸쿤에서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에 대한 언론과 정치인의 관심은 한여름 소나기처럼 반짝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농민의 축제인 추석 날 도착한 그의 자결 소식은 연휴 분위기에 들뜬 한국 언론을 귀찮게 만들었다. 농수산물 수입개방에 관한 해묵은 찬반 논쟁을 거듭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의 자살을 둘러싼 보도는 대부분 종결되었다.

반면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그리고 영국의 맨체스터 가디언 등과 같은 외국 신문들은 이경해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의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들 신문들은 이경해의 고향인 전북 장수에 특파원을 보내 유족과 친지들을 인터뷰하고, 절박한 한국 농촌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그러나 국내신문이나 방송 어느 한곳도 그만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장례식 때 벌어진 농민들과 전경들의 충돌만 잠깐 보여주었을 뿐이다.

부실한 태풍 피해 복구 정책에 절망한 농민 김남수의 자살은 뉴스가치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남수의 죽음은 지난 10월 1일자 저녁방송 뉴스와 2일자 일부 조간 신문에 간단히 실렸을 뿐이다. 일부 신문들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죽음으로 표현한 그의 호소와 원망은 강제 경매처분 당한 전두환의 진돗개만큼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농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강릉시 성산면에 살던 50대 농부 김남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태풍피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자 이를 비관해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 그 는 가족들과 강릉시장, 강원도지사 등에게 공책 9쪽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지난해 태풍 복구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올해도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조그마한 도움의 손길도 없다"며 정부가 "엄격한 감사를 해 억울한 농민이 생기지 않도록 간곡히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송두율의 초췌한 모습이 저녁마다 TV화면을 덮고, 연일 신문지면이 채워지고 있지만,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농민들과 그들의 가족들의 고단하고 절박한 삶은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언론에서 무관심하니까 정치인들 역시 농촌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언론이 한국사회 소외계층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신들의 처지를 알려야할 만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물론 송두율 개인의 인권은 중요하다. 그가 상징하는 바도 크다. 그래서 뉴스가치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의 문제가 멕시코에서 자결한 이경해 만큼 중요할까? 송두율의 국가보안법 위반여부가 400만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WTO 농산물 개방문제보다 중요할까? 조국과 자신의 생명까지 포기한 농민의 죽음은 한 줄 기사거리도 되지 않지만, 국외추방을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대학교수의 호소는 1면 머리기사로 만드는 한국언론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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