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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76]토굴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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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76]토굴에서 살아남기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7.06.05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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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음습한 지하로 내려갔다가 밤에는 하늘 가까이 살고 있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잠시 다른 일을 맡아하느라 파랑새 자리를 비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보는 사무실이 지하에 마련되어 공교롭게 밤낮이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고 보면 구로동에서 사람들이 살기 힘들거나 혹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 중 하나에는 분명 주거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구로동은 공단이 있던 시절부터 방 하나, 부엌 하나의 벌집들로 유명했고, 미로 같은 골목길에 햇볕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 그런 단칸방들이 죽 늘어선 가옥구조가 아직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집들이야말로 맞춤의 안식처다. 아버지와 함께 구로동에 안착했을 때의 우리 집도 그랬다.

그래도 여기저기 세를 놓을 방도 몇 개쯤 있고, 큰 거리로 난 가게도 있는 집이었으니 생각해보면 그리 곤란한 처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 이사를 왔을 당시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던 나는 자리를 보전하고 얼마간 누워 있어야 했는데 영양실조로 기운을 영 못 차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집을 장만하기 위해 아버진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야 했던 모양이다.


우리 집을 둘러싸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던 얽히고 설킨 골목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뚜렷하다. 그 곳에서 어렸던 우리들은 놀이도 하고, 어머니나 동네 아주머니들은 좁은 부엌을 피해 김장거리 같은 것을 꺼내어 나와 골목은 늘 작은 작업장이나 놀이방 혹은 응접실로 변신 하곤 하였다.


그렇게 딱 땅에 발을 붙이고 살던 것은 그 때뿐이다. 그 후로 지어지는 집들은 올라가거나 내려가기 일쑤여서 나 역시 늘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이 내려가는 것보다야 낫겠다 싶어서 늘 올라가는 편을 택하려고 기를 쓰고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단단히 아래에 사는 맛을 보게 되고 말았다. 지하에 사는 것은 땅위에 사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달랐다. 무엇보다 바람과 햇빛의 자연적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변화였다. 햇볕에 의해 무언가 짱짱하게 마르는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도 없고 냄새도 어디로 달아나지 못해서 습기를 머금은 퀴퀴한 냄새가 사방을 은근하게 떠돌아 다닌다.

불을 켜지 않으면 밤이고 낮이고 어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형광등 아래 막연히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운명도 해를 볼 수 없는 탓에 기인한 일이다.


며칠 전 일이 있어 방문한 서대문도 작지 않은 건물을 지어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입주시켜 새로운 활동들을 모색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은평은 아예 혁신파크라는 대단위 단지에 서울의 여러 혁신적 단체들이 입주하여 새로운 활동의 장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혁신파크의 많은 사업들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은평에서도 건물과 마당 및 녹지를 알뜰하게 이용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구로의 이런 욕구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공유 공간에 대한 욕구도 높을 뿐더러 그런 공간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주민들의 삶도 훨씬 더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오랜 시절 누가 그런 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분명하지 않았다. 의례 그렇고 그런 단체들은 지원을 받고 또 별 볼일 없는 단체들은 힘겹게 월세를 내면서 버텨가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생각 되어져 왔다.


그나마 '함께'가 지역의 아이들과 실무자들을 위해 이런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한 것은 뜻 깊은 지역민의 호의 때문이다.

그러니 땅 위, 땅 아래를 감히 논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우리 구에서의 공유공간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땅 아래에서 땅 위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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