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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구의회 예산 심의안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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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구의회 예산 심의안 지켜보겠다"
  • 김혜진 (천왕동 주민)
  • 승인 2016.12.09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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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탄핵의결을 앞두고 모든 국민이 국회의원 한 표의 행방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저는 우리 구로구의회 회의를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항동쓰레기 적환장 예산심의 안건 때문이지요.
더민주당 구의원 일곱분, 국민의 당 의원 한 분의 표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구로구 생태계의 운명이 걸렸다고 한다면 과장 된 이야기일까요?


저는 오류2동 107-48번지 목화연립 나동 102호로 1979년도 9살 때 이사를 왔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목화연립은 아이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앞산을 내 집 정원이다 생각하고 놀았고 오류남초가 개교한 5학년 때부턴 산을 넘어 학교를 다녔습니다. 겨울이면 신발주머니를 썰매삼아 산을 미끄러져가며 등교했던 추억, 친구들과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던 기억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긍정의 힘이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전 졸업 후 강남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강남에서 서른 넘어 까지 살다 2003년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해 다시 오류동으로 터전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2003년 처음 신혼집을 계약하려고 천왕역에 내렸을 때 서울이란 주소지가 무색하게 물씬 풍겨오는 시골 밤 내음에 가슴이 설레더군요.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린 강남, 물가 비싸고 공기 안 좋고 편리하기만 한 강남에서 살다 공기 좋은 곳으로 왔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또 10년이 흐르고 시집왔을 때만 해도 산울타리 보이던 그 천왕역 건너편은 이제 아파트 단지가 되었고, 초등학교 시절 아빠와 함께 다닌 약수터에는 도로가 깔리고 산은 두동강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수목원이 생겨 어린 시절 항동저수지에서 스케이트 타던 추억을 되살릴 수는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옆에 떡하니 쓰레기장을 세운다고 합니다. 구청장님은 앵무새마냥 '안전하다, 수목원이 왜 망가지나?' 하시지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만 믿으라 하십니다. 4대강 사업을 실시한 이명박도 그랬었죠. 심지어 환경관련 교수님들도 거기에 맞장구를 쳤었지요.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낙동강은 살릴 수 없을 정도의 대형 폐수 저수지가 되어 있지 않나요?


자연을 살리려면 사람의 출입도 막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그런데 수목원 크기의 쓰레기 처리장 공사를 하는데 수목원이 안전하다니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김영환 대령을 아십니까? 김영환 대령을 모르시더라도 팔만대장경은 아실 겁니다. 고려 때 외세의 침입이 있을 때 마다 민족을 살리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만든 불경이라고 합니다.

한 글자를 새길 때 마다 절 한 번씩을 하며 정성으로 새겼다는 우리나라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죠. 이 보물이 6.25때 사라질 뻔한 위기에 처했었답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에 숨어든 공산군을 멸하기 위하여 폭파 명령이 떨어진 것이죠. 미군이 해인사의 가치나 거기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알 리가 없으니 그런 명령을 내린 겁니다. 그때 미군의 폭파명령을 저지한 군인이 바로 김영환 대령이었습니다. 그때, 공산군을 죽여 전쟁에 승리하는 것과 불경 몇 개를 구하는 것, 무엇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하고 폭탄이 투하되었다면 팔만대장경은 지금 없겠죠.


하지만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알았던 김영환 대령의 설득으로 그의 이름도 팔만대장경과 함께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습니다.
구로구주민의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는데 그깟 수목원 나무 몇 그루, 맹꽁이, 물고기 몇 마리, 담비 그런 게 뭐가 중요해라고 혹시 생각하십니까.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가치에 대해 우린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청정해야하는 수목원 옆에 산을 허물고 도로를 뚫고 거기다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쓰레기 처리장까지 만들자는 발상을 하는 행정가들에게, 그리고 이것을 처리하는 구의원들에게 자연의 가치를 일깨워 공사를 멈춰줄 김영환 대령 같은 분이 몹시 필요한 때라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개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개발은 고층빌딩과 아파트를 세워야만 하는 것일까요. 돔구장을 만들고 도로를 건설하고 그래야 우리들 집값이 오르는 것인가요.


만약에, 고척동 교도소가 사라진 그 자리에 노루가 뛰어노는 자연생태공원이 조성된다면요, 아이들은 코스트코에서 쇼핑하는 추억 대신 청솔모, 노루와 놀며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으로 세상에 좋은 것들을 나누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을까요.


환경은 이제 사치가 아닌 경제에 우선하는 생존의 문제로 전환되었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우리 모두 개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지켜보겠습니다. 어느 구의원이 수목원에 쓰레기장 건립을 찬성하는지. 그리고 저는 다짐합니다. 앞으로 지역개발의 이름으로 건설사 배불리는 공약이 아닌 나무 한그루 심어 세상을 바꾸겠다는 소신 있는 정치인에게 투표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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